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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시 와 글

전연옥 / 멸치

by 솔 체 2017. 10. 18.

멸치

전연옥


 
지난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라고

내 몸에 달디단 기름을 발라 구우며

그대는 뜨겁게 속삭이지만

노릇하게 내 살점을 태우려 하지만

까닭없이 빈 갈비뼈가 안스러움은

결코,

이빠진 접시 위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님을

비틀거리며 쏟아지는

한 종지의 왜간장에 몸을 담그고

목마른 침묵 속에

고단한 내 영혼들이 청빈하게 익어갈 때면

그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에

쓰라린 무릎을 끌어안고

여기는 에미 애비도 없는

서럽고 슬픈 저녁 나라이더냐

들풀 같은 내 새끼들

서툰 투망질에도 코를 꿰는 시간인데

독처럼 감미로운 양념 냄비 속에 앉아

나는 또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며

얼마만큼의 진실을 태워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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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충남 아산 출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85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멸치>가 당선됨. 시집 <불란서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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