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시 와 글
장경린 / 그게 언제였더라
솔 체
2018. 3. 20. 22:19
그게 언제였더라
장경린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나를 스쳐 지나가는 단골 약국의 친근한 약병들
검은 열차들
작은 집과 다리와 먼 山
나를 스쳐 지나가는 젊은 풍속과 늙은 불안감들
욕망들 詩와 담배 연기로 지워버린
가랑비 웅덩이에 고인 빗물
그게 언제였더라
갈매기들이 해안 초소에서 튀어나오던 저녁
해물탕 꽃게 다리를 빨아먹던 저녁
작은 하늘에서 큰눈이 쏟아지던 날
자신의 일기에 밑줄을 그으며
낯설고 기뻐서 술병을 따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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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1957년 서울 출생. 1985년 ≪문예중앙≫,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 『누가 두꺼비집을 내려놨나』(1989, 민음사), 『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1993,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