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시 화 2

아내의 말씀 / 최재경

솔 체 2018. 4. 6. 15:38

 

 

 




      아내의 말씀 시 /최재경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바람 좀 쏘이고 온다 했더니, 피우러 가는겨, 쐬러 가는겨?, 물었다 그러더니, 여기 집에는 바람 안 부나?, 거기만 바람 부나? 그래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모임에 좀 다녀온다 했더니, 거기 가면 돈이 생기는 겨 나가는 겨?, 물었다 진드감치 집 일이나 하고, 돈 벌 궁리나 하란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돈 벌 궁리를 하기로 했다 나도 얼마 전 까지 그랬지만 머리 묶은 시인은 집에 데려오지 말란다, 꼴도 보기 싫다고 그렇게 한다고 했지만, 아직 말을 못 했다 건강검진 날 잡았으니, 한 달 간 술 담배 싹 끊으란다 고개 만 끄덕였더니, 대답을 하란다 그래서, 그리 한다고 대답을 했다 이장 그만 둔 것도, 순전히 그 사람 뜻이었다 이런저런 말 듣기 싫으니 그만 두라 해서였다 참지 못하고 씅빨을 확 부리면, 나 보다 목소리가 더 커진다 그래서, 그냥 시키는데로 말 잘 듣고 살기로 했다. 벌레 생긴다고, 잘 뻗어 오르는 담쟁이를 자르고 있다 아무 소리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