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명시들

四行詩抄 / 강우식

솔 체 2020. 4. 29. 00:06

四行詩抄

강우식



하나
내외여, 우리들의 房은 한알의 사과속 같다.
아기의 손톱 끝에련듯 해맑은 햇볕속
누가 이 순수한 外界의 안쪽에서
은밀하게 짜올린 속살속의 우리를 알리.



순이의 혓바닥만한 잎새 하나
먼 세상이나 내다보듯
초록의 큰 물구비를 넘어와
짝진 머슴애의 얼굴을 파랗게 쳐다보네.



화사한 잔치로 한 마을을
온통 불길로 휩쓸 것 같은 노을이 타면
그 옛날 순이가 자주 얼굴을 묻던
내 왼쪽 가슴팍에 새삼 괴어 오르는 쓰린 눈물이여.



계집년들의 뱃때기라도 올라타듯
달이 뜬다. 젖물같이 젖어 오는
저 빛살들은 내 어머님의 사랑방 같은 데서
얼마나 묵었다 시방 오는가.


다섯
落葉은, 한 여자가 生理日에 꾸겨버린 색종이로
나무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가을날
무덤속같이 생각이 깊어버린 여자 곁에서
사랑이여, 우리가 할일이라곤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