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쇠
김광림
1
도마 위에서
번득이는 비늘을 털고
몇 토막의 단죄(斷罪)가 있은 다음
숯불에 누워
향(香)을 사르는 물고기
고기는 젓가락 끝에서
맛나는 분신(分身)이지만
지도(地圖) 위에선
자욱한 초연(哨煙) 속
총칼에 찝히는 영토가 된다.
2
날마다 태양은
투망(投網)을 한다.
은어 떼는
쾌청(快晴)이고
비린내는
담천(曇天)과 같아.
3
나란히 선
계집아이들의 종횡(縱橫),
질서(秩序)의 꽃밭,
머리를 갸우뚱,
천상(天上)
무봉(無縫)의 하늘
드리운 그물 속엔
비늘 찬 인어(人魚)가 한 마리
헤엄쳐 오르다가
그만 걸림직도 하다만.
김광림(金光林 1929- )
시인. 함남 원산 출생. 고려(국학)대학교 졸업. 장안전문대 교수.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화상, 아시아 시인 공로상 수상. 1955년 <전시 문학선>을 통해 "장마", "진달래" 등으로 등단. 시 경향을 보면, 초기시는 전란으로 인한 상처 의식을, 후기시는 회화적 이미지에 주력하였다. 시집으로 <상심하는 점복>, <심상의 밝은 그림자>, <학의 추락>, <오전의 투망>, <갈등>, <학의 추락>, <소용돌이>, < 천상의 꽃>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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