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의 '바짝 붙어서다' 감상 / 손택수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뻬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 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 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승용차의 눈에 할머니는 폐지에 지나지 않는다. 내다버린 종이를 줍고 사니 그 삶도 구깃구깃한 종이와 같다. 버려진 종이를 함부로 짓밟고 다니는 게 무슨 큰 죄가 되랴. 좁은 골목길 운행에 방해가 되는 그 몸짓은 기껏해야 징그러운 거미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가오리를 연상케 할 뿐이다.
승용차와 달리 하루 종일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작은 밀차는 승용차가 보지 못한 할머니의 '발꿈치'를 본다. 찢어진 고무신 뒤축처럼 금이 가 있을 발꿈치로부터 목이 메이는 한 칸 방이 나온다. 무슨 남은 힘이 있어 늦은 밤 온몸을 쥐어짜듯 짜 놓은 걸레가 있는 방. 밀차가 어린 염소처럼 울며 굴러가는 골목길을 생각한다. 밀차가 유일한 혈육이라니!
―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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