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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신 인 문 학 상

이발사가 되어 / 안덕상

by 솔 체 2014. 12. 14.

이발사가 되어

안덕상



손톱 밑에 때가 끼이듯이 웃자란 흰 머리터럭에도
무슨 결심이 하고 싶으나

비듬에 뭉친 머리냄새 나 홀로 맡아가며
대속을 하듯, 나는 너의 머리를 자르고 또 자른다

짤각대는 가위소리에
매달리고 싶은 너의 날들이 잘리고 끊기며
무수히 떨어지는구나

거울에 비친 네 얼굴이 잔망스러워 너,
차라리 두 눈 감아버릴 때
다순 물로 씻은 머리 털어서 말려 주고
해동청 보라매 날려보내듯
나는 너를 검댕 날리는 세상 속으로
다시 들여보낸다

살아가야 할 날만큼, 지은 죄
덧쌓여갈
이발소 문 밖 소태 같은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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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겨울 지난 세상은 온통 재생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모두들 그저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면서 몸 부르르 떨 뿐, 불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내 목말라 해도 아침저녁으로 안개만 자옥하고 도대체 비는 오지 않았다. 보리밭 너머 멀리 구룡포 바다 빛만 더욱 짙푸른 윤 사월, 나는 차라리 온 산 태우고 다니는 산불이 되고 싶었다. 내 스스로 내게 적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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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바다은갈치·2



광활한 어둠을 찢으며 쉭쉭 날아들던 우파니샤드,
그 수없는 창날에 한밤 내내 찔린 거문도 앞바다가 온통 피에 젖었다

이 낭자한 화엄의 바다 위에서 은갈치 떼들은
그 긴 몸을 뒤틀며 펄떡거리며 몸부림치고 있다

피로 물들어버린 이 세상이 더 이상 환해지기 전에, 나는 지금
쇠바늘 하나로 저 갈치 떼들에게 열반을 강제하고 있는 중이다

게송(偈頌)도 없이,
선장과 나는 벌써 속으로 돈을 세고 있다


―《시와시학》2006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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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상 충남 한산 출생. 1987년 〈현대시학〉초회 추천. 현재 KBS 라디오 제작기술팀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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