廣大哭
그만 울어요 우는 게 웃겨서 울다니요 날아가는 오음五音을 쫓을 시
간은 지났어요 상한 불빛이 날리는 교각에서 투신하는 새의 노랫소리
가 들려요 그 소리에 홀린 사람들이 복면을 쓰고 물속으로 걸어가요
나는 창자가 밝도록 멀미를 엎지르고요 칠보단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녀요 인물은 천생이라 변통變通할 수 없어요*
평생 피소**에 발을 담그고 날지 못한 당신 가슴속에 기르던 귀뚜라
미를 놓아주지 마세요 날개 없는 새를 허공에 풀어놓지 마세요 한 번도
당신은 당신이었던 적이 없어서 나는 왜 내가 나인지 알지 못해요
보이나요 환승할 곳을 놓친 기차처럼 꺽꺽 울던 별빛이 본 적 없는
음표를 얻어 고요히 어두워지는 것을요 들리나요 이리 농락 저리 농락*
웃는 게 슬퍼서 웃으며 당신을 따라가는 퇴근길 제가 몇 번이고 고개 젓는
소리가요
불 속을 건너가려면 물의 날을 받는 것이 좋겠어요 고개를 숙이세요 다시
머리를 잘라 드릴게요 당신을 닮았으나 속판을 다 덜어낸 내 황홀한 변통을
보세요
무덤을 빠져나온 영혼들을 따라 끝없이 환생하는 밤 희미한 생의 기억을 잇는
문이 열려 버려진 맥주 깡통 속으로 눈 내리고
마음껏 울어도 좋은 시간이다
* 신재효의 <광대가> 중에서. / ** 황혼 무렵이면 물빛이 핏빛으로 보인다는 연못
花樣年華
창밖에서 살아서 오래 보지 못한 자들이 목련처럼 피어 있다 색깔 없
는 꽃들이 자욱하게 너울을 깔고 춘분이 지난 달력 속으로 제비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어제 내렸던 비에 기대 산 자가 운다
밥그릇에 붙은 꽃잎을 떼어 밥상에서 다시 꽃을 피운다 만 원에 열 켤
레 하는 양말 더미에서 엄마는 진달래색 양말만 스무 켤레씩 골라냈
다 혹시 아니 꽃이 될지
제 안의 화기를 이기지 못한 조팝꽃이 터지면 말라붙은 밥풀처럼 그
곁에 오래 누워 있었다 향기가 기억이었고 나의 무게였다
네 개의 깊은 터널을 지나 여기에 왔으나 그녀는 이미 눈 내리는 강을
건너가고 남은 우리 그 자리에 새로 집을 짓는다 바람이 제 몸의 역린
逆鱗을 찾는다 마침표 뒤에 숨어 있던 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해 우는 밤 새로 태어난 별이 문밖에서 채비를 한다
돌아보지 죽은 자의 마지막 집
검은 눈물을 닦은 소녀가 문을 닫아걸고 있다
望祥驛
꽃그늘에 앉아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렸는데
벚꽃이 먼저 피어 무릎에서 글썽인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눈물 소리가 들려요 뭍에서 태어나 바다로 흘
러간 사람들 돌아올 길을 몰라 어깨를 들썩이고 울음소리에 홀린 배
들 물길을 잃어서 둥글게 휜 수평선은 더 먼 곳으로 떠밀려 가고요
저기까지만 갔다 올게요
바다로 향한 철로는 머물 역을 찾지 못해 아직 뜨겁고 검은 파도는 섬
을 찾아 헤매는데
여기서 빤히 보고 계세요
정오의 그림자 비껴가려면 한참인데 나는 한 번도 돌아올 수 없이 먼
곳으로 가본 적이 없어요 아직 눈물의 배후를 알지 못해 자꾸 수평선
을 따라가요
세상의 모든 빛들은 스스로를 비춘 적이 없어
끝없이 허공을 떠돌고
날아간 꽃잎, 되돌아오지 않고
봄볕을 몰고 간 바다는
쉬 어두워진다
장난
밤새 몸속에 먹처럼 쓴 커피를 쏟아 부어도
화면 속의 글자들은 검어지지 않는다
뭐가 잘못된 거야 도대체 저 코끼리가 왜 그려지지 않는 거야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자 눈밭에 꽃이 피고 붉은 열매가 맺었다
뜻과 글이 가까워 마음과 눈 사이에 象形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없었
다.
코끼리를 코를 그렸는데 자꾸 배꽃바구미의 귀가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미심쩍어 동물대백과사전을 폈더니
악보만 가득하다 도부터 도까지 나는
계명을 읽는다 읽었더니 뜻도 없는 계명이
소리도 없다 소리도 없는 글자를 읽고 있자니 창밖에서
그저께 남한강에서 주워 온 돌멩이가 물무늬를 지으며 어두운 밤 바
닥에 쌓인다
흐르는 물이 어제의 물이 아니어서 물과 물 사이가 지워져 투명한 물
의 안팎을 뒷세상에는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새벽이 되자 몸 안에서 허우적거리던 물이
손끝으로 빠져나와 도로 어둡다
그 속에서 늦은 은행나무 한 겹 한 겹 옷을 벗고 쓰레기통을 뒤지던
고양이
일찍 돌아가고 나는 겁도 없이 사랑한다고 쓰고
진심으로라고 덧붙인다
난로 위의 주전자 속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밤새도록 끓고
차가운 수증기에 커피를 데워 먹으며
창밖으로 새벽이 검게 번지는 것을 본다
도대체 왜라고 유리창에 쓴다
성산대교 위에서 갈매기가 날고 10대의 절반이 불임을 꿈꾸는 도시에
서
밤새 화면은 텅 비어 있다
그러니 문장이 모두 진부하고 실제의 일에 절실하지도 못하다.*
겨울이 커피잔 속에서 하얗게 끓고 코끼리의 코를 한 배꽃바구미가
벽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 <字說>의 한 부분을 재구성.
퇴화된 기억
얼마나 더 멀어져야
全生이 물인 것을 알까
입수가 시작된다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물길이 터지고 광장으로 향하는 신호등이 꺼진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자신이 흘리는 눈물의 배후와
사라진 포유류의 열한 번째 젖꼭지를
하여,
마음을 묶어둔 대륙판이 떠내려가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음에 찍어둔 점 하나 풀어져
온통 먹빛이고
나 오래 걸어와 네 곁에 누웠으나
너는 먼 혹성처럼 돌아눕고
아이는 아직 百日咳를 앓고
나뭇가지에 걸린 해초는
물결에 나부끼다
숨을 참아도 이마까지 차오른 물빛은
계속 어두워지고 돌아누운 네 등, 그 은빛
지느러미를 오래 쓰다듬는데
첫차가 운다
도시는 아직 젖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고
내내 사라진 열한 번째 젖이 불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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