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해의 「생강나무」 감상 / 김연수
생강나무
문성해
생강나무꽃은 꼭 산수유꽃처럼 생겼다
무슨 긴한 것을 나누듯
작고 노란 꽃잎들이 에둘러 앉은 모양새가 꼭 같다
생강나무가 산수유가 아님은 나뭇가지를 분질러보면 안다
부러진 부위에서 싸하게 번지는 생강 내음
가지를 분지르면 노란 애기똥이 묻어나오는 애기똥풀이란 꽃도 있다
이 고요한 식물의 세계에도
얼굴 하나만 가지고 제 이름값을 하는 연예인 같은 꽃들이 있는가 하면
제 가지를 부러뜨려야만 저를 드러낼 수 있는 자해공갈단 같은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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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려고 아침에 일찍 깨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어나면 근처 산 아래 공원으로 나갑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 틈에 끼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새들은 다 깨어서 난리법석이죠. 꽃들도 지지 않고 야단입니다. 먼저 핀 놈들, 이제 막 피는 놈들, 아직 덜 핀 놈들. 이게 다 뭡니까? 한민족 고유의, 말하자면 냄비 근성입니까? 그렇다면 오월 새벽, 산 아래 공원의 냄비 근성은 권장할 만하군요. 연예인 같은 꽃들과 자해공갈단 같은 꽃들 사이에서, 좀 어색한 듯, 익숙한 듯, 안달이 난 채로 선 제 마음도 단숨에 달아오르네요.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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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성균관대 영문과 졸업. 1993년 《작가세계》여름호에 시로 등단.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 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시작.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받았으며, 단편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단편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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