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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11년 하반기 《시를사랑하는사람들》신인상 _ 이담하

by 솔 체 2015. 6. 6.

2011년 하반기 《시를사랑하는사람들》신인상 _ 이담하

 

                                    심사위원 : 원구식 정한용 오정국

 

 

키에르케고르 풍의 갱년기 (외 2편)

 

  이담하

 

 

나는 해당화 나무에서 태어나

해당화 나무 밑에서 사춘기를 보냈다

해당화가 꽃을 피우듯 마침내

내 신장이 해당화 꽃으로 피어나자

내가 피운 꽃들이 친구를 불렀다

흰 가운을 입고, 흰 마스크를 하고

흰 장갑을 낀 꽃들이 찾아왔다

알사탕 같은 약이 피어나는

꽃들도 찾아 왔다

그들과 함께 몽롱한 꿈을 꾸다 본즉

내가 피운 꽃들은 마른 꽃이 되고 말았다

해당화 나무가 피운 꽃이 시들어도

내가 피운 마른 꽃은 시들지 않았다

나는 해당화 나무에서 태어나

해당화 나무에서 사춘기가 지나갔지만

나는 결코 해당화가 되지 못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마른 꽃이 되어 영원한 삶을 살게 되었다

 

 

테트라포트, 그 여자

 

 

파도의 마지막 삶이 부서지는 곳

이목 항, 네 발을 가진 테트라포트들이 누워 있다

그 여자는 그 위에 테트라포트의 자세로 눕는다

온몸으로 파도를 기다렸다

물보라가 일고, 물너울이 꽃을 피우고

그 꽃송이 속에 빨려 들어갈 순간

그 여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오다 돌아서고

다가오다가 돌아서며 외치는 파도의 소리가 들렸다

파도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 여자의 숨구멍에서 불이 빠져나가고,

뼈가 빠져나가고, 내장이 빠져나가고

바다가 빠져나갔다

 

그날 이후,

남쪽 하늘에는 붉은 별들이 많다

오늘은 날이 아주 맑아

눈에 불가사리처럼 불을 켜고, 그 불에 불을 켜고

주작의 부리를 관찰해야겠다

 

 

남방칠사

 

 

강물의 집, 바다의 집을 지었다

강물 따라 흘러온 것들,

바다에서 달려온 것들로

한 채 오두막을 지었다

바람이 지나가다 창문을 툭 치고,

물결 속을 오르내리던 물고기들도

허공으로 뛰어올라 집안을 들여다본다

전류리 포구의 내 오두막에

처음 도착한 물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바닷물을 만나려고 달려가는 강물의 씨앗들과

강물을 만나려고 밀려오는 바닷물의 씨앗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 어깨를 껴안으며

사랑하는 사람처럼 이윽고 침묵 속에 잦아든다

이곳 전유리 포구에서는 마중물도 배웅물도

한 덩어리가 되어 그렇게 흘러간다

그렇게 내 오두막도

바람의 집, 강물의 집, 바다의 집,

구름의 집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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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담하 / 본명 이은주. 강원도 홍천 출생. (주) 백경 사외이사. 시집박물관 준비 중.

주소 : 인천시 계양구 용종동. 이메일 museum119@hanmail.net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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