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네르바》신인상 당선작 _ 양은숙
미늘 (외 1편)
—시간의 얼굴 4
양은숙
잠시 뒤, 경련이 올 거다
등이 부르르 떨리고 나서, 둥근 눈이 맑아졌다
무호흡,
입천장을 꿰뚫린 내 지느러미는 조용하다
움직일수록 더 깊이
살을 뚫는다 어쩌면 생은 미늘이었는지
모른다 가볍고 날카로운
미늘을 입에 물고
역방향의 질식으로 이끌리는 알 수 없는
물속의 유영
마지막 숨까지 함께 하는 건 통각이다
무호흡, 시간은 멎고
마알갛게 드러나는 물 속의 풍경
마블링으로 울렁이는 물살
찬란한 물풀과 반짝이는 치어들
물 위를 떠가는 상현달 같은 나뭇잎
부드럽게 물살을 젓는 저, 위, 발바닥 오리들
내가 살던 물의 세상이 언제 이토록 아름다웠나
퍼덕, 숨 뒤틀리고
아가미까지 힘겹게 전해오는 경련과 경련 사이는
평생의 풍경보다 깊고도 깊다
한 물이 다른 물을 입에 물고
아스라한 수평, 물에 닿을 듯
기나긴 선을 그으며 나는 흰 물새와
얼비친 물의 흰 그림자
팽팽한 속도
제 그림자를 물고 힘껏 날아가는 저
지상의 새와 영혼의 새
차마 마주볼 수 없는 슬픔
종내 닿을 수 없는 수면을
어쩌자고 굽이치며 일렁이며
수면에 닿을 듯 입에 물고 날아가는지
한 물이 다른 물에 입을 맞추는 저녁
문득 닿은 물가
뭉텅이져 사라진 세월
살아온 날의 상처와 무른 멍만 남기고
끝 모를 타인
지상의 숨
사그라질 때까지 물고 가야 할
가무레한 내 그림자 길어지는 저녁
지상의 집을 신고 온 고단한 나의 신발이
영혼의 집 그림자를 입에 물었다
—《미네르바》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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