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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고운 시 화 1

[스크랩] 설일 / 김남조

by 솔 체 2014. 5. 29.

    雪 日
                 詩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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