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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기억 속 명시들

피아노 외3편/전봉건

by 솔 체 2019. 6. 30.

피아노

전 봉 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강에서 / 전 봉 건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 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을 보았습니다

발돋움하고 보았습니다

그러기를 30년

이제는 나이 들어 흐린 눈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 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으로 부는 바람의

허연 뒷덜미나 보고 앉았습니다

시퍼렇게 살갗 튼 발뒤꿈치나 보고 앉았습니다.




사월(四月) /전봉건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씨의

샛맑안 살결인양!



서정(抒情)/전봉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면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 평북 출생. 1950년 <문예>로 등단. 주지적 서정시를 많이 썼으며, 월간 시잡지 <현대시학>을 타계할 때까지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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