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가서
강희근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오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어느 해 여름이던가
소 고삐 쥔 손의 땀만큼 씹어낸 망개열매 신물이
이 길가 산풀에 취한 내 어린 미소의 보조개에 괴어서
해 기운 오후에 이미 하늘 구름에
가 영 안오는
맘의 한 술에 가득 가득히 넘친 때 있었나니
내려다 보아 매가 도는 허공의 길 멀리에
때 알아 배먹은 새댁의 앞치마 두르듯
연기가 산빛 응달 가장자리에 초가를 덮을 때
또 내려가곤 했던 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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