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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대중을 위한 시 쓰기가 시를 망친다

by 솔 체 2014. 10. 3.

대중을 위한 시 쓰기가 시를 망친다



대중?
대통령을 지낸 누구를 지칭하는 것은 분명 아닐 테고, 그렇다면 누가 대중인가
대충의 형이 대중인가? 대가리의 삼촌이 대중인가?

대중 모이라고 소리쳐 보라
막일하던 노동자가 온다
노동자를 관리하던 현장소장이 온다 왜? 딸애가 가출했거든
현장소장 소속 사장이 온다 왜? 요즘 건강이 안 좋거든
그 사장이 돈을 상납하는 국회의원이 온다 왜? 선거에 떨어졌거든
국회의원이 모시던 통이 온다 왜? 국민들이 모두 자기만 욕하는 것 같거든
국민들이 온다 왜? 서민 좀 살려내라고
서민이 온다 왜? 문화생활 좀 누리게 해 달라고
문화생활이 온다 왜? 엄마 좀 찾아달라고

만약, 시 쓰기가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연대보다 가치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시를 통해 배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문제는 시인에게 대중을 향하라고 요구하는 정체불명의 독자다
답답한 시인은 말한다
제발 대중이 좀 데려와라 그놈 꼴 좀 보자
독자는 자신이 대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독자는 자신이 대중이니 자신이 알 수 있는 시를 제작하라는 말!
시를 알기 위해 문학강연도 쫓아다니고 팬 사인회에도 가서 사인 받고, 거금의 돈을 내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강의도 들었는데, 친구들 계모임 갈 때 집에서 혼자 고독을 씹으며 책도 읽었는데, 이렇게 하는 독자 겸 대중을 만족시키는 시인이 왜 나오지 않는 것이냐!
서점에 가 보라 그런 시인이 쓴 시집들 많다
독자 겸 대중이 또 말한다
가 봤다 그런 시집들 다 그만그만하더라 독자에게 아부나 하고
햐, 그라마 우짜라고

필요한 양 이상으로 시인이 많은 우리나라의 사정에서 보면 독자로 있어야 할 시인도 많다 한 도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명 내외의 시인만 그 도시에 거주해도 충분히 시를 지켜나갈 수 있다.

광역시 수준이라면 15명 내외가 적절하다 그렇게 되면 대중이 어떻고 시의 평준화가 어떻고 지들끼리 해먹나 어쩌고 하는 논의가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라, 다 시인인데 누가 대중인가 대중을 위한 시 쓰기를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의 속내는 결국 자기가 알 수 있는 시를 쓰라는 말인데, 시라고 하는 것이 그런 건가?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짜증이나 불만이 문제다. 불만 있는 사람은 대부분 시인 겸 대중이다 그냥 대중은 시를 읽고 어려우면 떠난다.

내가 낄 곳이 아니군, 그러면서 현장에서 자식을 위해 일하고 혹은 건강을 위해 등산을 다닌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런 부류가 진짜 대중이다

진짜 시인은 그런 대중이 되고 싶어도 안 되는 부류다 그러고 살고 싶은데 그렇게 살아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건 운명이다. 그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만이 시를 쓸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쓴 시가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쉽게 사는 법을 몰라(싫어) 시를 쓰는데, 그 시가 너무나 쉽게 와 닿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진짜 대중은 시에 관심도 없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 부류도 많다. 그런 부류야말로 시 이상의 삶, 시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에게 대중이를 요구하는 이들이여, 시가 망하지 않게 그 요구를 거두어주소서, 아니면 그 욕망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자신의 시인 겸 독자라는 이중성을 포기하소서.


- 네이버 블로그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의 '가져온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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