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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07년 상반기 <현대시학〉신인작품공모 당선 시조/ 김환수

by 솔 체 2014. 10. 22.

〈현대시학〉신인작품공모 당선 시조
― 〈현대시학〉2007년 4월호

저녁 숲길에서 (외 4편)

김환수



고사목 우듬지에 모로 누운 저녁노을
볼그레한 얼굴빛 숯덩이처럼 사위어갈 때
이우는 풀벌레 소리 성큼 저문 내 하루

에움길 끝자락 따라 어둑발 내리는데
어둠을 문 산새 한 마리 절정 향해 솟구친다
어디서 굴러왔을까, 숨이 찬 저 솔방울

산등성이 걸터앉은 거우듬한 개밥바라기
재넘이 훑은 자리 숲길 하나 열어놓고
온몸을 휘감고 가는, 적요의 잿빛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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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집, 가을 풍경



굽이 진 언덕배기, 양철 덮인 지붕 따라
저무는 가을볕이 붉은 노을 깔고 있다.
그 누가 올려놓았나, 조선백자 박 덩이를

물러선 여름 햇살, 덤불 곁에 걸어두고
처진 어깨 토닥이는 잘 여문 바람 한 줄
땅바닥 짐 부려놓듯 삶의 무게 내려놓다.

삐딱이 닫혀 있는 빛바랜 대문 너머
황톳빛 항아리들 옹기종기 둘러앉아
해종일 기웃거린다, 오는 길손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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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해토머리



빈 하늘 얼기설기 구름 조각 기워 놓고
잠에 빠진 낙엽들이 야윈 몸 뒤척일 때
움츠린 수정의 강도 기지개를 살짝 켠다.

삭은 가지 분질러 놓은 짓궂은 서릿바람
금싸라기 햇살 앞에 둥근 어깨 으쓱대면
뱀눈 뜬 겨울 아침이 더운 입김 토해낸다.

걸어 잠근 문빗장을 풀어내는 소리 같은
무채색 울음 하나 얼음장 헤집고 나와
금이 간 강 너머 저편, 마른 대지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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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억새



쪽빛 하늘 살짝 물린 허리 긴 산마루에
흐드러진 구절초를 지천으로 불질러 놓고
희디흰 화선지 위로 몸 부리는 새털구름

마른 풀 품에 안은 몸 야윈 대궁마다
영근 그 갈색 바람, 파도처럼 일렁일 때
휘굽은 능선을 따라 비틀대는 저 춤사위

저녁 노을 배경 삼아 풍광 하나 풀어내듯
덧칠한 밑그림에 억새풀 타오르면
누군가 어둑발 몰고 터벅터벅 걸어온다.


* 화왕산 :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위치.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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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하마 벙그는 산수유꽃



매서운 잎샘 추위 물러선 자리 뒤켠
가는 그 가지마다 다문다문 박힌 꽃눈
겨울옷 하나 둘 벗고 샛바람 품고 있다.

거친 숨 몰아쉬는 샛노란 봄의 전령사
밤 새워 밀어 올린 봉긋한 몽우리 사이로
햇살이 간지럼 태워 놀라 벙근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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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수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주소, 대구시 서구 비산4동.

 

[시조 부문]

고른 수준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

20여 년간 중단되었던 《현대시학》의 시조 부문 신인상 제도가 부활되었다. 본지 출신 첫 번째 시조시인인 選者로서 그 감회가 남달랐고, 하여 그 기쁨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월간 詩誌로서 그 전통과 권위를 흔들림 없이 지켜오고 있는 자세에 걸맞은 작품의 응모를 기대하며 심사에 임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응모작품의 숫자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젊고 패기 있는 많은 신인의 도전이 아쉬운 현실은 비단 이번 경우뿐만이 아니고 신춘문예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오래 전부터의 안타까운 현상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응모작품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 데에 일단은 위안이 되었다.
특히 최종심에서 경합을 벌인 고지연 씨의 「달」 외 4편과 김환수 씨의 「저녁 숲길에서」 외 4편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전체적으로 고른 것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고지연 씨의 작품들은 그 율격의 세련에 비해 표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이 흠이었다. 반면에 김환수 씨의 작품들에서는, “물러선 여름 햇살, 덤불 곁에 걸어두고 / 처진 어깨 토닥이는 잘 여문 바람 한 줄”이나 “걸어 잠근 문빗장을 풀어내는 소리 같은 / 무채색 울음 하나 얼음장 헤집고 나와” 등등의 佳句가 믿음을 주어 당선에 올렸다. 축하한다.
■ 박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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