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4월 / 정영애
사랑을 한 적 있었네
수세기 전에 일어났던 연애가 부활되었네
꽃이 지듯 나를 버릴 결심을
그때 했네
모자란 나이를 이어가며
서둘러 늙고 싶었네
사랑은 황폐했지만
죄짓는 스무 살은 아름다웠네
자주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곤 했었네
활활 불지르고 싶었네
나를 엎지르고 싶었네
불쏘시개로 희박해져 가는 이름
일으켜 세우고 싶었네
그을린 머리채로 맹세하고 싶었네
나이를 먹지 않는 그리움이
지루한 생에 그림을 그리네
기억은 핏줄처럼 돌아
길 밖에 있는 스무 살, 아직 풋풋하네
길어진 나이를 끊어내며
청년처럼 걸어가면
다시
필사적인 사랑이 시작될까 두근거리네
습지 속 억새처럼
우리 끝내 늙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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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용신인문학상에 정영애씨(52·강원도 속초시)의 시 '4월'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500만원의 당선상금이 주어지는 올해 제 14회 지용신인문학상에는 모두 287명 1천913편이 응모됐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유종호 문학평론가와 신경림 시인은 "시가 필요 없이 길고 말들이 많아 시가 설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정영애씨의 시 '4월'은 이 점을 극복하면서 우리 시의 앞날에 대해서 크게 희망과 신뢰를 갖게 해 주었다"며 "시 '4월'은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달콤하고 슬픈 이미지로 승화되고 있고, 빼어난 감각이 시를 시종 활기차게 만들고 있는 점도 이 시의 미덕이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미 지난 2001년 3회 의정부 신인문학상 대상을 시작으로 2003년 강원여성백일장 대상, 2006년 계룡시 전국여성백일장 대상, 2007년 신사임당 문예대전 대상 등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검증된 아마추어 시인. 그녀는 수상소감으로 "옥천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정지용 시인의 시 '바다'와 '향수'는 지금도 속초 평생교육정보관에서 배우는 시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 있는 시인의 상을 받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시를 잊고 있다가 2001년 딸 아이 방 청소를 하다 책상 밑에서 발견한 가정통신문에 신인문학상 공고 문구를 발견하고,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단다. 마감시간에 후다닥 달려가 응모한 작품이 대상을 받았고, 이후부터 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딸(속초여중 2학년)로 인해 대구사이버대학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기도 한 정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재가 장애인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녀는 당선금 500만원으로 복지관에서 만난 한 여성장애인에게 휠체어를 사주고 싶다는 따뜻한 맘도 전했다.
"앞으로 정지용 시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시를 쓰고 싶어요. 첨탑에서 퍼지는 종소리처럼 모두의 가슴에 스며드는 쉬운 시를 쓰고 싶습니다." 한편,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6일 오전 11시 지용제가 열리는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
2008년 05월 09일 (금) | PDF (926호)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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