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曺雲)의 시조 '석류' 감상 / 손택수
석류
조 운 (1898∼?)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홍일점의 어원이 된 과일이 석류다. 많고 많은 과일들을 젖히고 투박하고 두툼한 입술의 보잘것없는 석류가 홍일점을 차지했다는 게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감이나 사과 입장에서 보면 어지간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까 짐작되는데, 생각해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석류는 무엇보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다. 여타의 과일들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시큼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분법을 무척 싫어하는 그는 중용지덕을 알아서 극단을 한 맛에 다 아우르고 있다. 요컨대, 달콤새콤한 것이다. 그 잊을 수 없는 맛처럼 석류는 이 시조 속에서도 독특한 태도를 보인다. "내가 어이 이르리까"라고 수줍은 척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종장에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보소라, 임아 보소라" 하고 강한 열망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종장의 파열음 'ㅃ'은 허파의 날숨을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리는 효과를 잘 익은 석류의 붉은 빛만큼이나 강렬하게 보여준다. 가슴을 빠개 젖히다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의 여인상이 아니다. 그 당돌함이 어떤 신세대 여성들의 구애 행위보다 더 적극적이다. 석류의 강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임 앞에서의 그 부끄러운 마음이 하필이면 투박하고 두툼한 과일을 홍일점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석류는 역시, 달콤새콤해야 제 맛이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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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치쌈 / 조 운
쥘 상치 두손 받쳐
한입에 우겨 넣다
희뜩
눈이 팔려 우긴 채 내다보니
흩는 꽃 쫓이던 나비
울 너머로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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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폭포 / 조 운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수렴(玉流水簾) 진주담(眞珠潭)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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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梅 / 조운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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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운 / 1898 전남 영광 출생. 1921 동아일보에 시 <불살너주오> 발표. 1923 영광중학교 미술 작문 교사. 1945 조선문학가동맹 가담. 1947 ~ 6.25를 전후해서 월북. 시조집 『조운시조집』(1947, 조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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