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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07 <시와세계>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by 솔 체 2015. 2. 28.

2007 <시와세계>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부드러운 블랙 외 4편 / 이희원 

25시 외 4편 / 최혜리

 

 

 

부드러운 블랙 외 4편 / 이희원

 

 

 

부드러운 블랙 / 이희원

 

 

카브리 야자수 해변
불루마운틴이 솟아올라
커피농장엔 소녀들의 까만 웃음이 흐르고 있네
어둠 속에 몇날 며칠 비가 내렸네
 

칠흑 같은 빙하기가 왔어
커피 눈이 펄펄날리고 있었어
별star이 떨어지고 있었어
멋진 놈들bucks이 주둥일 대고 우릴 빨고 있어
우린 지옥에서 왔나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사벨라를 만났지
삼바춤을 추던 그녀
뱀장어처럼 칭칭 감기던 그녀
커피맛이나는 그녀
나, 구찌 악어지갑에 그녀를 담아왔네
 

부드러운 블랙, 부드러운 블랙홀(?)
정말 나 없어도 넌 미끄러질수 있니
네게 빠져버리고 싶어
스타벅스엔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가 흐르고 있어"
"여성들이여 울지말아라"
누군 이렇게도 노래하네
"여자가 없으니 울지도 못하겠네"

 

 

 

돈키호테 . 1 / 이희원

 

 

  나는 다섯개의 마또료쉬까*같은 애인이 있네 황금 옷을 입은 그는 호박마차를 타고 푸른 지폐를 꽃잎처럼 뿌려 그의 손이 닿으면 모두 날개가 되네

 
  구름을 타는 그는 하늘에 살아 그를 만나려면 남산타워에 올라가야해 그는 메아리로 화답해 그와 타워 위에서 땅거미가 지는 것을 본적이 있지

 
  어둠을 깨며 다니는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알전구를 하나씩 줘 태양이 후광처럼 빛나고 있어 그와는 자꾸 팔짱을 끼고 싶어져

 
  봄날 같은 천의 얼굴을 가진 그는 12개의 물침대에 누워 침대 가득 생쥐들을 키워 그와 있으면 난 온몸이 간지러워 울부짖는 그를 본적이 있어

 
  마지막은 몽띠엘 평야를 질주하는 로시난데를 탄 미치광이야 그는 세숫대야를 얼굴에 썼어 넘어지면서 소리를 꽥꽥 질러 나는 풍차처럼 돌고돌아

 
*러시아 전통 농부인형

 

 

 

붐붐, OK / 이희원

 

 

그 떨림 말이야
속눈썹이 두 번쯤 깜박거렸던가
첫 비행을 기억해?
한 1억년 전이었지
난 보노보*2 였어
 

1억년이 지난 지금
난 잘 웃지도 못해
정말 밀림 속을 멋지게 날고 싶었어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안녕
꼬리를 빳빳이 세우며 안녕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안녕
가끔 얻어맞기도 했지
주름진 얼굴로 히죽이기도 했지
 

사람들은 야 거세당한 보노보야
손가락질 했지
꼬리는 사라지고 꼬리뼈만 남았어
밤이면 사람들처럼 자는 연습을 했지
수컷 보노보는 암컥 보노보의 옆구리를 찔렀지
붐붐, OK? 예스
다람쥐 한 마리를 주었지
아주 오랫동안 구름 속을 날았어
날다 뚝 떨어지기도 했지
 

암컷 보노보는 속삭였지
수컷은 담배만 끔뻑거렸지
보노보들이 우우 달려들었어
 

1대1 붐붐, 1대2붐붐, 1대 3붐붐,암컷끼리의 붐붐
그것은 보노보들의 사랑방식
 

보노보 한 마리 아직도 꼬리로 인사하지
아무도 웃어주지 않았지,
신음소리만 들려왔지

 
*박영한, "머나먼 쏭바강" 39쪽, "월남전 당시 쓰던 섹스 은어, 붐붐해라고도 함"

 

  

 

고양이 전용 극장 / 이희원

 

 

  지붕들은 안개를 피우고 있어 문을 열면 푸른 비상등이 깜빡거려 한 발 잘린 의자,귀 떨어진 연탄집게 고양이가 울자 영화는 시작되었지 예고편은 잘려 나갔지

 
  들고 다니던 우산살에서 비린내가 났어 엘리베이터에 밀려온 날들 모자를 던져버리자 넥타이이가 흘러내렸어 검은 까운이 칭칭 감겨오고 있었지 얻어맞기만 하는 게임방의 두더지처럼 잿빛 콘테이너 속이었어
 

  슬래쉬와 슬래쉬 사이에서 살사춤을 추는 물방울들 한 발 잘린 의자들이 네온사인을 밝히는 게릴라 콘세트였어
 

  나는 언제부턴가 고양이들 사이 쪼그리고 앉았지 생선 한 마리 날지 않는 그곳 다리 꺾인 햇살들이 16미리 영사기를 돌리고 있어

 

 

 

사라사테 / 이희원

 

 

그리고 그 후 사라사테의 눈물이 시작되네*

 

솔방울 총총한
알프스 가문비나무 숲을 지나며
내가 켜고 싶은 악기는
밀라노에 내리는 싸락눈
멀리서 보면 나는
싸락눈 날리는 날
자작나무빛 갈퀴를 찰랑거리는 한 마리 당나귀

 
성과 성 사이 푸른 달이 흐르는
세상의 모든 당나귀들이 달리고 싶어 하던 로만틱 가도
그 길에서 들려오던
기울어진 살레위로 떨어지는 종소리
메디치 근위병들의 창 부딪치는 소리
세상의 솔방울이란 솔방울을
모두 품에 안고 떠는 검은 손가락들
 

로마에서 피사에서 베네치아 3번가에서
내가 연주하고 싶은 악기는
여인의 팽팽한 꽃문 열고 들어가
떠돌이 내 갈퀴로 켜고 싶은
밀라노에 내리는 싸락눈 혹은
솔방울 같은 사라사테

 
*"그리고 그 후 기타의 눈물이 시작되네"라는 박정대의 싯구가 있음

 

  

 

<당선소감>

 

  얼룩말들 달려온다 떠난 말들 돌아왔다 대가릴 쳐 박고 얼굴을 비빈다 때론 뒷발질에 채이고 나가떨어진다 피투성이가 된다

 
  지평선 너머 초원은 이젠없다 내가 끼워준 황금편자도 떨어져 나갔고 말 도둑들에게 쫓기던 아픈 기억만 남았다. 얼마나 긴긴 한뎃잠을 잤던가 갈퀴에 흐르던 윤기 찾을 수 없고 탐스럽던 엉덩이도 축 늘어졌구나 차라리 네 입속에 오래오래 맴돌게나 할 것을

  아직도 뒷발질에 차이는 얼룩말들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희원 시인

서울 강남 거주

 


  

25시 외 4편 / 최혜리

 

 

 

25시 / 최혜리

 

 

세상은 낯설게 두리번거려 나는
처음 담배 피우던 때를 기억하지
수염은 빠르게 자랐어

 
늦도록 자판을 두드려
워커홀릭 틈에 끼어 두려울 뿐이야
그림자를 따라오는 그림자 그를
이길 수 없어 카멜레온이 되기도 해
 

오늘도 야근, 그래도
결혼은 어머니를 감동 시켰지
가로수가 꾸물대는 오늘
눈이 올것 같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묻지마
랩가수가 진도 아리랑을 불러
그런날은 뽀삐가 꼬리를 흔들지
자정을 넘긴 시계가 허우적거려
그래도 나는 25시
그것은 열정적으로 살아 있다는 뜻이야

 

 

 

아마씨 / 최혜리

 

 


속에
심을 거야
아마씨를 어린
나무들 다리 사이로
햇빛을 메모하지 아직
차가운 이빨은 바람 속에
보여 온 종일 택배를 기다려
오메가3만 오면 돼 더 이상한 날
아가는 추억같은 거 기다리지 않아
불뇌사리탑에 108배를 해야지 택배를
기다리고 있어 사라지고 있을 거야
아마씨가 햇살 속에서 싹이 틀
거야 유통기한만 지키면 돼
아마 오늘쯤 도착하겠지
너무 먼 곳에
가지 않아
아마씨를
키우면서
무럭무럭
늙어갈거야

 

 

 

일요일은 뻥 / 최혜리

 

 

뻥을 치고 있었어요
잠수교 둔치에서
일요일 이었어요
알곡들이 눈알이 번득거리는
 

뻥이요 뻥
멱살 잡은 쇳덩이는
꽁무니를 따고 있었어요
달구어진 오른팔이 돌고
움켜진 잠자리가 돌고
뻥을
치고 있었어요
부글거리며 끓고 있었어요
어묵장사 아낙 전대는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어요

바람이 빈둥거리고
꽁빠지게 달아나고 있었어요
할머니, 둥근 의자에 앉아
오후의 햇살을 다듬고 있었어요
뻥 튀기고 있었어요

 

 

 

꽃눈을 깨우는 봄이다 / 최혜리

 

 

서명을 했다
스트래처카에 실려간 그를,
사라진 목소리를
불러 세운다 대기실 창살에는
진물나던 시간들이 풀리고
있었다 이월 지나 삼월을
 

펌프질 하던 그는
동강 할미꽃처럼 모로 눕는다
잘려진 무게만큼
뉴란타 투*를 입에 물고
청진기 사이로 긴 숨을 몰아쉰다
 

초록을 뿌려주는 산세베리아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
봄나물로 병실 가득
파닥인다 그의
머리카락이 초록이 되기를
 

잠자는 꽃눈을
깨우는 봄이다

 

*위장약

 

 

 

장롱면허 / 최혜리

 

 

재래시장에서 콩나물 값을 흥정해
떨이 매장에서 싱싱한 물미역을 찾아
창고 정리에서 외투를 사 그 . 래 . 도 .
랩이 북적이는 대학가를
힙합바지 입고 걸 . 어 . 가 .
장롱면허지만 지구를 운전해
광 마우스로 구글에 가지
제주도 성문화 박물관을
보았어 도깨비도로도
은하수 같이 따라왔지 쉿!
클 . 릭 . 중 .

 
모두 다 비켜 눈물을 감춰
앞길을 밝혀 자신을 지켜*
 

그가 수제비 먹겠다고?
칼국수를 해 유튜브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야
차업가들은 거부가 됐어
"미디어 거인"
어제 밤 위성에서 본 지구는
황 . 홀 . 했 . 어.! 연말정산
영수증 챙기지 못 했어 그러니까
꿈꾸는 난 벼락부자 취미 아니야
흰 머리카락 뽑다 가끔
풋 사과 같은 시도 쓰면서

 
세상이 널 버려 널 자꾸 속여도
천!  하! 무!  적

 
*엠씨몽의 <천하무적> 랩가사

 

 

 

<당선소감>

 

  태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오늘은 쉬거라 하시는 어머님, 그 말씀을 뒤로 한 채 산에 올랐다.
생나무 가지가 허옇게 부러지던 날, 법당 문이 닫힐 때까지 절을 했다 숲이 심장처럼 펄떡거렸다. 눈은 퉁퉁 부었다. 그렇게 10년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의사는 내게
임신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시가 내게 그렇게 더디게 왔다


나를  찾아온 연들과 손을 꼭 잡고 날실과 씨실을 엮는다
행과 행 사이로
두시와 두시 사이를 오가며
시계가 째깍 거린다.
그들과 춤을 춘다. 새벽을 바라본다.
나의 밤은 그렇게 사라진다.
두시 앞에 쪼그리고 연이 앉아있다.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드립니다.
늘 새로움을 일깨워 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관동대학교 현대시작반 식구들
이 겨울 시원한 물냉면을 같이 먹고 싶습니다.
곁에서 응원해준 아들과 투병 중인 남편의 빠른 회복을 빌며
맛있는 시를 짓겠습니다.

 


최해리 시인

강원도 강릉 거주
 

 

 

<심사평>

 

언어의 이방 현실의 이방

 

  <시와세계> 신인상 당선작으로 이희원의 '부드러운 블랙' 외 4편과 최해리의 '25시' 외 4편을 뽑는다. 전자가 보여주는 것은 언어유희이고 후자가 보여주는 것은 욕망의 문제다. 시의 경우 언희의 유희는 단순한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언어의 모순과 한계를 자각하고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적 모험과 통한다. 언어는 교통의 수단이지만 사실 한번도 교통에 성공한 적이 없고 그것은 언어를 구성하는 기표와 기의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희원이 보여주는 기표의 놀이는 기의, 의미, 개념에 대한 불신과 회의이다.


  예컨데 '부드러운 블랙'에서 스타벅스는 별이 떨어지고 멋진 놈들이 주둥이를 대는 이미지로 분할되고, 부드러운 블랙(흑인 여성의 살결?)은 부드러운 블랙홀이 된다. 말하자면은 여성은 블랙홀이다. 검은 구멍은 우주의 구멍이고 이 구멍이 구원의 구멍이다. 왜냐하면 암흑의 구멍은 시간도 공간도 빛도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밥 말리의 노래를 낳고 이런 연상은 한이 없다. 요컨대 이희원의 시에선 언어가 의미로 고착되는 게 아니라 언어가 계속 다른 언어를 부르고 이런 놀이, 언어의 이방에 은폐된 것은 욕망이다.

 

  최혜리는 언어의  이방이 아니라 현실의 이방을 노래한다. 25시는 현실을 지배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 밖의 시간이고 현실의 이방이고 고통의 시간이다. 0시가 시계 시간의 종합이라면 25시는 그런 시간을 모르고 현실을 모른다. 그러므로 이런 시간 속에서 그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욕망)에 대해 침묵한다. 욕망은 현실이 낳고 25시는 욕망의 죽음,침묵,얼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5시로서의 자신을 열정적인 삶으로 정의 한다. 그러므로 25시는 고통이 정열이 되고 암흑이 진리가 되는 시간이다. 두 분 모두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ㅣ  이승훈(시인 . 한 양 대 교수)  송준영(시인 . 시와세계주간)

 

 

 

2007 <시와세계>여름호 신인상 당선작

 

 

고양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외 4편 / 안수아

 

 

고양이 부에노스아이레스 / 안수아

 

 

  사막도 아니고 푸른 바다도 아닌 당신의 주머니 속에 웅크린, 방들이 빙빙 돌아요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나의 노래는 알록달록 즐거워요 주머니에서 제멋대로 빠져 나와 춤을 추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로 어우러지다 흩어지는 아침 공기 같은 이름의 고양이, 엉킨 스텝이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 출구를 찾는

 

  인샬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넌 몰라! 주머니 속의 고양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죠 검은 망막 안의 귀여운 유령 안녕? 보르헤스도 안녕?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진 광마우스는 왼쪽으로만 구부러졌어요 당신은 보았나요? 내 이마에 늘어진 생선 비린내, 마흔세 개의 계단이 헬륨 풍선처럼 콩,콩 튕겨 올랐죠

 

  인샬라! 검은 고양이
  속눈썹이 보풀거리는 아지랑이
  퍼즐조각 햇살이 살고 있어요
  사막을 횡단하는
  코끼리의 다리가 어른거려요
  재규어 가죽무늬에 씌어진 글자들
  당신은 읽어보았나요?
  그래도 난 고양일 뿐이죠

 

 

 

치터스1), 치토스 / 안수아

 

 

너는 치터스를 말하고 나는 치토스로 듣지
재빠르지 가면은 쓰지 않아
엽기와 선정을 버무린 매콤한 볼거리
껍질을 벗겨 연분홍 침실까지 공유하지
수다를 떨면서
이중의 홀로그램이 있는 카드도 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간식
통점을 마비시키면 그 뿐,
화학조미료면 어때


“딱 걸렸어”


의뢰인의 부리가
비릿한 실루엣을 모조리 쪼아 먹도록
유쾌한 발톱을 세우지
"언젠간 잡고 말거야”


나는 치토스로 말하고 너는 치터스를 듣지


1) 현장고발 사건을 다룬 미국 TV물

 

 


피싱주의보 / 안수아

 

 

  그것은 타이밍에 노련한
  구름들의 몫,
  모두가 고래를 본 것은 아니다
  달의 그림자를 본 것도 아니다
  폭풍우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타나고
  나는 먼 바다로부터
  저기압을 표현할 수 있다

 

  당신들은 구름을 낚았다 직선으로 쏟아지는 구름의 뼈를 낚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천 개의 눈이 깜빡였다 그녀는 자신의 혓바닥을 감추는 안경을 보았다 그는 달이 뿌린 백만 도서를 이해했다 우리는 십 년 전에 얼룩진 접시 위에 매달려 있었다 고래 같은 이야기를 집어넣기 위해 나침반을 찾았다

 

  선글라스를 끼자
  길쭉한 소나무가 사라졌고
  구름이 나타났다
  시야가 길어졌다
  한마디 예고도 없이
  구름들이 일제히 타올랐다
  책갈피가 끊임없이 넘어가고 있었다

 

 


프리즘 / 안수아

 

 

빛이 폭발해
산산조각이 나요


꽃잎을 만지지 마세요
어둠행 티켓 거울이 있어요
왼손에 빨강 핸드폰
양파링으로 떠있는 노랑 풍선
피크닉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거드름을 피워요
여름정원은 재잘거리고 있어
너털웃음이 춤을 춰요


피노키오의 코처럼 늘어나는
나무의 초록 구렛나룻
펼쳐진 주근깨에 돋보기를 들이대지 마세요
당신은 감염되고 있어


머그컵에 농담을 타먹으세요
물고기가 하품하는 파랑 모자
드럼소리는 잠들어
모퉁이 LG25시가 둥둥
끝없이 늘어나는 침대 어디에서 자를까요?
햇살이 잠수중인 검정 안경
감아올려봐요
사방에 방사된 거미줄처럼
투명한 날 깨트려줘요
별 그림자는 그대로였어
1008번째 반달이 펼치다 꺼져갔던가

 

 


시소(see-saw) / 안수아

 

 

떠는 전화벨과 전화벨을 쫓는 눈동자
파도소리가 흘러나왔다 / 종이 울렸다


풍금이 소리치는 교실과 걸상이 누운 교실
바다가 넘실거렸다 / 문이 열렸다


날아간 풍금소리와 다가오는 나무 그림자
아픈 창들이 햇살을 삼키고 있었다 / 커텐을 밀쳤다


밀려온 바람과 흩어지는 머리카락
모래 위 발자국을 지우고 있었다 / 복도를 걸었다


들썩이는 모래와 운동장을 밀고 가는 축구공
파문이 떠나고 있었다 / 운동장에 서 있었다


머리 위에서 갈매기가 맴돌고 있었다
문과 문을 따라 자라나는 담,
담을 뛰어넘은 고양이 앞발과 붙잡힌 뒷발 사이
태양 한 점, 기우뚱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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