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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10년「시문학」봄호 "신인우수작품상‘ 당선작

by 솔 체 2015. 3. 25.

2010년「시문학」봄호 "신인우수작품상‘ 당선작

 

 

폭낭 외 3편 

 

 양원홍

 

 

  제주도에서 큰길을 따라가면

  마을 한가운데 폭낭*이 있다

  커다란 몸통에서 뻗은 큰 가지마다

  올레**가 나눠지고

  잔가지 끝에는 무성한 초가들이 매달려있다

  고만고만하게 하늘로 뻗은 가지들은

  헝클어지는 일 없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낸다

  나무는 마르지 않고 사철 길을 만들어내지만

  가까이 드려다 보면 고름이 흘러내린 자국들

  개미들은 상처를 핥으며 종일 들락거린다

  일 년에 두어 번 심한 비바람에

  바다 위로 시체가 떠오르면

  밤새 울음소리가 징징

  마을 끝 수평선까지 달려 나갔다

  징소리로 나무의 아픔을 달래고

  떨어진 잎새 자리에

  이름 석 자, 지전(紙錢), 물색(物色)*** 걸어두면

  나무 아래 채송화까지 붉어졌다

   4․3 시절 밑동이 잘려나지 않은 것은

  오로지 나무를 에워싼 돌담 덕분이었다

  지금은 마을을 찾아오는 이정표

  펄럭펄럭 관광객을 마중하는 깃발은

  그리움으로 가장 먼저 손을 흔든다

  올레를 돌고 도는 소문들이 모여 살고

  둥근 파문을 제 몸속에 가라앉히는 나무

  만장이 너풀거리는 기둥으로

  수백 년 마을을 버티고 서 있는 나무

  제주도에는 폭낭을 배경으로 마을이 살아간다

 

 

  *    팽나무의 제주어

  **  큰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

  ***종이돈과 색 있는 옷감

 

 

 

 나 

 

 

  중년의 혈압을 잡기 위해

  아내의 등쌀에 몸을 푸는 골프연습장

  까짓것 죽어 있는 공 하나 못 칠까

  힘껏 스윙했더니 제멋대로 날아간다

  어깨 힘을 빼란다

  온몸에 잔뜩 힘으로만 모여진 자국들

  그동안 뻣뻣하게 단련된 내 척추는

  기울이거나 휘는 것이 서툴다

  꽉 잡은 두 손의 고집만큼

  열 받은 등에 흥건히 고여 가는 땀

  점점 혈압이 오른다

  시퍼런 핏대로 날을 세운 골프채가

  가라앉은 마음을 자꾸 휘젓는다

  문득 그려보는 내 몸 속의 원

  무게중심만 남기고 양손은 허공에 맡겨

  삶의 부드러운 궤적을 그려야

  온몸의 체중을 멀리 보낼 수 있는 것을

  세상을 그리는 원이 부드러울수록

  허공은 더 큰소리로 반응하는 것을

  한 번의 날갯짓으로

  자신의 체중을 날려 보낸 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눈앞을 스쳐간다

   

 

   

 

 

                                                                                                               

 꿈을 깁는다

  - PD일기 1

 

 

  마침표가 없는 말들을 잘라낸다

 

  평생 땅이나 파먹을 팔자려니…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린 체념을 솎아내고, 가지가 휘도록 매달린 땀방울을 쳐내고, 이파리와 이파리 사이에 풍기는 막걸리냄새를 잘라낸다. 빚은 늘어나도 밥 세끼 굶어 죽지 않는다고… 통증이 칭칭 감겨오는 다리 사이로 끝없이 뻗어가는 가지들을 토막친다

 

  편집실에서 농부와 리포터 틈에 낀 혀들을 잘라낸다. 혀끝에 딸려온 한숨 끝에 간당간당 흔들리는 꿈을 이어 붙인다

 

   

 

 
          

 옷걸이

 

 

  안방구석에 서있던

  통나무 옷걸이

 

  계절마다 옷가지 두툼하게 포개지고

  식구들 하나 둘 늘어

 

  무게에 지친 어깨

  그 자리를 지키는가 싶더니

 

  금이 간 몸통

  헝겊을 감고 버티더니

 

  기어이 부러져

  아궁이 속으로 사라졌다

 

  죽어서도 구들장을 덥히고

  한 끼 밥을 짓고 가신

 

  어머니

 

 

양원홍 : 1958년 제주출생. 제주대학교 영어교육학과, 대학원 사회학과 문학석사, 대학원 언론홍보학과 박사과정 이수 중

2010년「시문학」으로 등단 .제주MBC TV제작부장, 편성제작국장 역임 . 현재 제작전문위원(프리랜서 PD)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시간강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문위원(프리랜서). 제27회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제6회 제주방송인 대상. 제31회 한국방송대상 저널리즘 부문 최우수작품상. 제6회 방송문화진흥회 공익프로그램상 은상.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이달의 PD상.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기획). 방송문화진흥위원회 공익프로그램상 금상 (기획). 2009년 제주의 문화상징 100선. 제36회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부문 작품상(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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