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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김명수의 「월식」감상 / 허수경

by 솔 체 2015. 4. 1.

김명수의 「월식」감상 / 허수경

 

월식(月蝕)

 

  김명수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국 성큼

성큼

남겨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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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한 장면을 마치 사진 한 장처럼 잡아낸 이 시. 월식이라는 자연현상이 일어날 때 인간의 어느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시 속에서는 어둠에 잠긴 마을로 한 사나이가 지나간다.

   '붉게 물든' 한 사나이는 발자국만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개도 짖지 않는데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라고 시는 간명하게, 극렬하게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 단 하나의 문장에는 한 여인의 긴 일생이 다 담겨있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동안 마을에 들렸다가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진 이 사나이는 누구였을까?

   누님의 일생으로 치명적으로 들어왔다가 치명적으로 다시 나가버린 이 사나이는 어둠에 잠긴 마을을 빠져나가 다시 어떤 어둠으로 들어갔을까? 그리고 남겨진 누님은?

 

   길고도 긴 소설이 될 법한 이 이야기를 시는 아주 얄미울 정도로 간단하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러나 그 간단한 시 뒤의 여운은 너무나 길어서 한참동안 곰곰, 생각하게 만든다.

   월식이 지나가고 달은 다시 마을로 돌아오겠지만 아, 누님은 결코 월식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허수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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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3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오늘의 작가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시집 「월식」, 「하급반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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