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입술』을 읽고 (편지)
강인한 선생님!
귀한 시집, 천천히 잘 읽었습니다.
한 편 한 편 완성도를 지향하는 긴장의 언어들에 동참하는 동안, 문학도로서의 初心을 다시금 다지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요.
『입술』은 입술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감각이 도처에 은은히 깔려있는 시집이 아니었는지요.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으로부터 개시되는 세계는 그만큼 눈부시고 또 그만큼 “허무의 꽃송이”일 터입니다. 짧게 뵈었지만 순수한 ‘탐미주의자’의 열정 지니신 모습, 그 육성을 듣는 듯하였습니다. 연하게 번지는 웃음 끝의 완강한 독법, 다시 시간 내어 뵙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2009. 8. 19 *** 드림.
( * 지금까지 나온 제 시집에 대한 서평 세 편을 읽어봤습니다. 이채민 님의 것이 가장 성의 있었고, 박성필 님의 글은 보통 수준, 금동철 님의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편지! 그 누구의 서평보다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이 압축적으로 간결하게 표현돼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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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녹지 않은 눈 사이/ 응달에서 먹다 남은/ 흙의 맨살들
—「잔설」, 부분
『입술』읽고 또 읽으면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선생님의 시들은 보편을 쥐고 있으면서도 극단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시선이 느껴지는 시들입니다. 예술이란 예술가의 광기를 조금 더 길게 늘여 보이는 행위라 하더군요. 극광의 아름다움과 극단의 비극을 문자로 버무려서 하나의 국가를 이룩하는 행위. 혁명. 그리고 그것들을 짓는 것과 동시에 허무는 파괴! 그 모든 것들을 선생님의 시편들에서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시집입니다. 귀한 분이세요 강인한 선생님은.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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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곧 한가위네요.
선생님의 투명한 시어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순결한 것들의 힘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한 젊은 청년을 만나 그의 열정과 의식을 읽습니다. 그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삶의 무늬가 선명히 그려집니다.
백 년 전에도 아름다웠고 백 년 후에도 아름다울 영혼입니다.
선생님, 다가오는 명절, 넉넉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2009. 9. 26
**에서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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