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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문태준의 「그늘의 발달」감상 / 김연수

by 솔 체 2015. 5. 21.

문태준의 「그늘의 발달」감상 / 김연수

 

그늘의 발달

 

  문태준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

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

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한 몸의 그늘

그늘의 발달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눈물은 웃음을 젖게 하고

그늘은 또 펼쳐 보이고

나는 엎드린 그늘이 되어

밤을 다 감고

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

나의 일기(日記)에는 잠시 꿔온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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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렁지'라는 말이었던 것 같은데, 과연 맞는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내 어린 시절, 수없이 많이 들었던 어머니 말씀인데. 그렁지에 가서 놀아라. 그러니까 그늘이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죠. 어머니는 왜 그렇게 그늘에 가서 놀라고 말씀하셨을까? 얼굴이 탈까봐? 아니면 더위를 먹을까봐? 그렁지라는 말만 들으면 몸에 이상한 무늬 같은 게 새겨지는 것 같아요. 마음이 서늘해지고, 동공이 커져요. 제가 제대로 못 놀까봐 그 말씀 하신 걸까요? 그렁지에 가서 놀아라. 어쩐지 이젠 그렁지에 못 가기 때문에 놀지 못하는 듯한, 그런 느낌.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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