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보르스카의 「두 번이란 없다」감상 / 강은교
두 번이란 없다
쉼보르스카 (1923~ )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는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 돌은 아닐까?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 흘러가야만 해
흘러간 것은 —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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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떤 인연이 있어 이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 오순도순, 아옹다옹 살아가는 것일까. 생에 이른 ‘실습(이) 없’기 때문인가. ‘미리 좀 연습을 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아마 오늘 아침 이 비슷한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진 않았는지? 이런 사소한 고민을 하며 그러나 퍼뜩 일어서는 진리 같은 것을 포착해내는 시, 그렇게 해서 명증한 보편성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
노벨상 수상식장에서 가장 겸손한 시인이라는 평을 받았던 그녀가 속삭인다, ‘옷을 독특하게, 현란하고 별나게 입는 것이 신선함은 아니’라고. 시인들이여, 보편의 뜰을 향해 특수의 화살을 쏘아라.
강은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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