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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정지용의 「장수산」감상 / 손택수

by 솔 체 2016. 1. 1.

정지용의 「장수산」감상 / 손택수

 

 

장수산 1

 

정지용 (1902 ~ 1950)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어짐직도 하이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직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종이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다려 흰 뜻은 한밤 이 골을 걸음이란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 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줍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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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나는 나무의 몸속엔 얼음물이 있다. 살속에 얼음이 박혀 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지만, 이 얼음물은 다른 세포가 동사하지 않도록 보온 역할을 한다고 한다. 봄이 오면 몸속의 얼음을 녹여 온몸의 어혈을 풀어준다고 하니 모든 신록은 얼마쯤 얼음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얼음을 품어 얼음의 시간을 견딘다는 역설이 슬픔도 꿈도 없이 견딜 수 없는 한 시대를 올연하게 한다. 쩌르렁 메아리 소리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겨울산의 일이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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