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택의 「국경」감상 / 김기택
국경
박주택
이웃집은 그래서 가까운데
벽을 맞대고 체온으로 덥혀온 것인데
어릴 적 보고 그제 보니 여고생이란다
눈 둘 곳 없는 엘리베이터만큼 인사 없는 곳
701호, 702호, 703호 사이 국경
벽은 자라 공중에 이르고 가끔 들리는 소리만이
이웃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벽은 무엇으로 굳었는가?
왜 모든 것은 문 하나에 갇히는가?
문을 닮은 얼굴들 엘리베이터에 서 있다
열리지 않으려고 안쪽 손잡이를 꽉 붙잡고는 굳게 서 있다
서로를 기억하는 것이 큰일이나 되는 듯
더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쏘아본다
엘리베이터 배가 열리자마자
국경에 사는 사람들
확 거리로 퍼진다
《문학과사회》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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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그면 바로 벽이 되는 문. “열리지 않으려고 안쪽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는 문. 드나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단하기 위해 있는 문. 사람들은 바로 그 문을 닮았군요. 그래서 벽을 맞댄 이웃과의 사이가 ‘국경’만큼 멀어지게 이르렀습니다.
문이 벽이 되면 외부의 위험을 막아주기도 하겠지만 문 안에 있는 사람도 갇히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 아이디 속에서 익명이 되어 병적으로 소리치는 것도 제 문에 제가 갇혀 숨이 막히니까 마음껏 숨 쉬고 싶어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은 그 문처럼 생겼을 겁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을 닮았다
핵무기도 십자가도
콘돔도
이 비오는 밤
열심히 공갈빵을 굽는 아저씨의
그 공갈빵 기계도.
—김영승, 「반성 743」
김기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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