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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기억 속 명시들

세계의 아침 /김기림

by 솔 체 2019. 6. 30.
세계의 아침

김기림


비눌
돛인
해협(海峽)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衣裳)을 둘른 젊은 산맥(山脈)들

바람은 바다가에 사라센의 비단폭(幅)처럼 미끄러웁고
오만(傲慢)한 풍경(風景)은 바로 오전(午前) 일곱 시(時)의 절정(絶頂)에 가로누었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香水)를 뿌리는
교당(敎堂)의 녹쓰른종(鐘)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려므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국경(國境)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國際列車)
차창(車窓)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旅客機)들은 대륙(大陸)의 공중(空中)에서 띠끌처럼 흐터졌다

본국(本國)에서 오는 장거리(長距離) 라디오의 효과(效果)를 실험(實驗)하기 위하야
쥬네브로 여행(旅行)하는 신사(紳士)의 가족(家族)들
샴판 갑판(甲板) <안녕(安寧)히 가세요> <단여 오리다>
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歎息)을 기적(汽笛)에게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埠頭)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五色)의 테잎
그 여자(女子)의 머리의 오색(五色)의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船室)의 지붕에서
수도(首都)로 향하야 떠났다
…스마트라의 동(東)쪽 … 5킬로의 해상(海上) … 일행(一行) 감기(感氣)도 없다
적도(赤道) 가까웁다……20일 오전(午前) 열 시(時)……

* 장시 <기상도>의 첫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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