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김경린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說話)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不安)과
예절(禮節)과 그리고
공포(恐怖)만이 거품 일어
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
어둠은 빗발처럼 내려온다.
또다시
먼 앞날에
추락(墜落)하는 애정(愛情)이
나의 가슴을 찌르면
거울처럼
그리운 사람아
흐르는 기류(氣流)를 안고
투명(透明)한 아침을 가져오리.
빛나는 광선(光線)이 올 것을
김경린
하이얀 기류(氣流)를 안고
검은 층계에 올라서면
거꾸로 떨어지는 애정(愛情)과 함께
아스러히
부서지는 오후의 그림자가 있었다
말없이
찌푸러져 가는 나의 시야에
날카로운 눈초리들은
날로 무성하고
가늘어져 가는
국제열차의 폭음이 지나간다
다감(多感)한 지역에
푸른 계절이 오면
잊혀진 사람아
검은 층계 위에
흰 발자욱을 따라
빛나는 광선(光線)이 올 것을 알라
어머니의 하늘
김경린
그때
유난히도 푸르게
흘러내리는 하늘을 마시며
어머니의 잔등에서
오수의 긴 여행도 했었지
그 따스한 체온과
박가분처럼
고웁던 어깨의 능선은
지금 어디로 갔읍니까
단지 그 하늘에
과학이 날으고
밤이면
별이 기억처럼 반짝일 뿐
어머니의
그때 하늘은 보이지 않고.
김경린(金璟麟, 1918~ ) 함북 경성출생의 시인 일본 와세다대학 토목과 졸업
1939년《조선일보》에 시 <차장>외 2편을 발표하여 등단했으며 《후반기》동인으로 활동
20세기의 중요 시류인 모더니즘 속에서 의식적으로는 기계문명에 의한 불안의식과,
스타일면에서는 이미지의 조형성에 역점을 둔 시를 썼음
상화시인상을 수상
시집으로 <현대의 온도>(1957),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1985), <서울은 야생마 처럼>(1987).
<내일에도 당신은 서울의 불새>(1988)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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