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야(婚夜)
이동주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山谷)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소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워……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 새 늙어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은 구구 비둘기.
강강술래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응 가응 수워얼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白薔微)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에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갈대가 스러진다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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