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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혼야(婚夜) )외1편)/이동주|

by 솔 체 2019. 7. 6.

혼야(婚夜)

이동주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山谷)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소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워……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 새 늙어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은 구구 비둘기.

 

 

강강술래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응 가응 수워얼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白薔微)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에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갈대가 스러진다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시인 심호(心湖) 이동주(李東柱 : 1918-1979)는 해남군(海南群) 현산면(縣山面) 읍호리(邑湖里)에서 태어나 1945년 8.15해방 직후 서울 혜화전문학교(惠化專門學敎 현 동국대학교 東國大學敎)를 졸업하고 문학에 전념함으로써 고산 윤선도 이후 해남 우리글 문학의 문맥을 이은 문학가이다.

문예지에 시로 등단, 8.15해방 직후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이 창간한 광주의 호남시문에서 활약한 것을 비롯해서 월간문화종합지 <호남문화(湖南文化)> <호남공론(湖南公論)> <젊은이> 그리고 동인지(同人誌) <신문학(新文學)> 등에 계속 작품을 발표하였고,

6.25동란 후로는 현대문학, 자유문학의 중견시인으로 문명을 날렸다. 그는 특히 한국의 서정(抒情)을 깊고 넓게 다룬 업적으로 전남 문화상, 현대문학상, 오월문예상(五月文藝喪), 자유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원광대학교(圓光大學敎), 서라벌예술대학, 숭전대학(崇田大學) 등의 교직을 거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韓國文人協會 副理事長)을 역임하였으며, 작품으로는 약 300편의 시, 약 100편의 수필, 약 50편의 소설이 발표되었다. 심호 이동주는 1979년 12월 향년 61세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동주 시비(心湖 李東柱 詩碑)는 해남 대흥사 경내의 개울가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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