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릉조(小陵調)
- 70년 추일(秋日)에
천상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 에세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천상병 시인 [千祥炳, 1930.1.29~1993.4.28]
천상병시인은 인생이란 잠시의 여행이다. 라며 하늘로 돌아간다는 '귀천' 이란 시로 유명한 시인,평론가입니다.
그를 선정한 이유는 그의 생전 살아온 날과 전혀 상반된 작품세계에 흥미를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난과, 고통으로 가득한 인생을 보냈습니다.
친구때문에 간첩으로 오인받아 전기고문을 받고, 떠돌다가 실종이되고, 정신병원 갇혀 생사를 모를때 유고시집이 발행되는 등 한 두가지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굴곡이 많았습니다.
그 속에서 천상병은 죽었다 살아남의 반복을 겪게됩니다. 밑에 첨부할 글에서 그것은 자세히 설명될 것입니다. 저는 이 죽었다 살아남의 반복에 집중하고,
몇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사람답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작품을 연관지어 과제를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프로필
경남 창원(昌原) 출생.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 4년 중퇴. 1949년 마산중학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추천받았고, 1952년 《문예(文藝)》에 《강물》 《갈매기》 등을 추천받은 후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다.
1967년 7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가난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1971년 가을 문우들이 주선해서 내준 제1시집 《새》는 그가 소식도 없이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그의 생사를 몰라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그는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막에서》 《귀천(歸天)》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등의 시집과 산문집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다.
미망인 목순옥(睦順玉)이 1993년 8월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면서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를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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