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미사(響尾蛇)
이원섭
향미사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원을 그어 내 바퀴를 삥삥 돌면서
요령처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나는 추겠다. 나의 춤을!
사실 나는 화랑의 후예란다.
장미 가시 대신 넥타이라도 풀어서 손에 늘이고
내가 추는 나의 춤을 나는 보리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풀 한 포기 살지 않은 이 사하라에서
누구를 우리는 기다릴거냐.
향미사야.
너는 어서 방울을 흔들어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이시는 이국(異國)의 동물인 향미사(사하라 사막에 사는 방울뱀)를 소재로 삼아 안정을 찾지 못해
몸부림치는 자신의 모습을 동격화하여 상징적 의인법으로 자아성찰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내가 뱉은 가래침 /이원섭
꿈에 인수봉을 찾았더니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 했다.
또 백운대를 찾았더니
조금 전에 나갔다 했다.
내친김에 만경대에 들러보았으나
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괘씸한 생각이 들어
문수봉을 찾아가 털어놓았다.
어디를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집을 비워 놓고는.
그러자 문수봉이 정색하고 물었다.
그럼 선생은 지금 집에 있습니까.
아니면 집을 비우고 있습니까.
놀라서 깨어보니 새벽 네시였다.
*이원섭(李元燮, 1924. 06. 30~ 2007. 11. 09 ) 강원도 철원(鐵原)출생의 시인. 호는 파하(巴下)
혜화전문학교 졸업
1948년《조선예술》현상 모집에서 시 <가산부>와 <죽림도(竹林圖)>가 당선되었고, 1949년《문예》
에 시 <언덕에서>외 2편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
시집으로 <향미사(響尾蛇)>(1953)가 있고 역시집(譯詩集)에 <당시신역(唐詩新譯)>(1961), <당시(唐
詩)>(1967), <시경(詩經)>(1967)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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