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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회상(回想)의 숲 1 / 박이도

by 솔 체 2019. 12. 29.

회상(回想)의 숲 1

박이도




내 회상(回想)의 숲속엔
이제 아무도 거닐지 않는다
밤바다에 닻을 내린
목선(木船)의 꿈처럼
뒤척이는 물소리에 사라진
내 어린 그림자의 행방을
이제 아무도 모른다

조그만 손으로 눈을 가리고
호랑이 흉내를 하던 나의 과거(過去)를,
옥수수 대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신방(新房)을 차리던 볕바른 토담에
까치옷과 부딪쳐 눈물 흘리고
나의 생가(生家)를 둘러선
밤나무 숲속에서
가슴 조이던 유년시대(幼年時代)

내 사랑의 싹이 움트고
내 지혜의 은도(銀刀)가 빛나던
밤나무 숲속,
새들의 노래는 퍼져가고
노을 속에 물드는 강물의 꿈은
멀리 멀리 요단강으로 흘러가듯
그때 발성(發聲)하던 내 목소리를
이제 누가 기억(記憶)하고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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