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뜨남 엽서 63
신세훈
이빨을 닦듯, 이빨을 닦듯,
아침을 닦다가, 생활을 닦다가,
때묻은 목숨과 총구 속을 닦다가,
어머니와 나라간의 애정 속을 닦다가,
한 병사의 손이 불에 타고 없는,
깊이 깊이 묻힌 어두운 목소리,
핏빛 이름이나 닦을 참인가.
동전깃에 저린 콧바람 꽃술향기,
뜨건 노래로 울고 멎은 심장.
기절한 지어미 입천장을 할퀴다가
남의 전장 낮은 하늘밑 늪가에
녹슨 비 맞고 버려진,
물로 씻어 찐득거리는 바람을 닦아
새로 살아날 훗날 한 뼘 목숨싹,
하늘 어느 희미한 별빛을 닦아
흙알 여무는 먼 꽃씨눈 하나
죽은 어미 목구멍 흐르는 말씀낟 가려
봄우물가 개나리 펴솟는 그 첫말씀을,
속바위 쪼개면 희게 웃고 있을 아비의 이빨이나,
하루 해뜰 무렵 잠시 밝게 웃던
해질녘 붉은 잇몸,
그 생살점, 박하향길 묻혀내던…….
전사자(戰死者)의 칫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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