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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겨울 동양화(東洋畵) / 장윤우

by 솔 체 2020. 2. 9.

겨울 동양화(東洋畵)

장윤우


화톳불 놓고
천 년이
조용히 흘러간다.

구총산(九寵山) 붓에서
옥같이 구슬려 나오는
사군자(四君子)의 정에
겨울 밤이 화안히 핀다.

월전(月田) 선생께서
이르기를
<책을 만 권 읽어라>
평생에 가슴 속에 싣고
화육법(畵六法)에 앞서
마음이 정(淨)해야지
심(心)과 신(身)이 갈앉고
눈시울을 서서히 들어
유연히 벽을 대하니

형통(亨通)하다.

접시를 모으다 보니
별난 감이 다 든다.
가루를 물에 정하게 풀어
큰 접시, 조그만 접시에 나눠 놓고
임리(淋 )히 번져 가는
소리
귀에 솨악
듣는다.
밖엔
눈이 그쳤는지
봉당개 짖는 소리
멀고
보름을 먹은
달은
고연스레 내 외로움을 더하게 하니
에라, 오늘은 붓도 먹도 집어치고
따끈한 정종이나 한 잔 할까.
안주로는
엊그제 끝낸
수꿩을 보지.
언뜻
멀리 잉경소리 들리는 듯 싶어
혼자, 실소(失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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