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다
李炭
地表 위의 時間이 인다.
도미의 피리소리와
寺院入口의 木鐸소리
그리고 저 山언덕의 砲聲
내가 오늘 記憶할 수 있는 것들은
全部, 꽃잎같이 地表 위에 쌓여 있다,
지난 밤, 어머니의 신음소리도 어느 나무등걸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新羅 마지막 임금의 哀話도 깊은 갈잎 속에 묻혀 있을 테지’
어느해 가을 코스모스 핀 墓地에서
나는 異常한 꽃을 보았다.
少女, 少年, 老人과 아주머니의 얼굴을 한 꽃송이들
生命의 빛깔들.
世界의 空氣가 엷은 목에서 흘러내리고 가냘픈 손을 흔들면
손 사이로 흐르는 愛情의 感度와
세월의 매듭,
地球의 모퉁이에서 접히는
生命의 나래
十餘年前 낯선 고장의
피난살이와 風物은
지나간 것일까.
絶望이 天障보다 낮아
목을 주리며
一九五十年 以後의 거리와
室內에서
항시 亂舞하듯 헝클린
머리칼
當時 二百間通의 아이들과 그녀석들의 철없는 時間은
비듬처럼 떨어져
地表를 덮었다.
휘트먼의 달구지는 지나갔는지 모른다.
에머슨의 ‘죽은 人間’과 헤밍웨이의 ‘老人’의 죽음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나의 피가 흐르는
地表가 있다. 여기서 부는
生命의 바람이여
나의 목숨을 돌아가는 바람에
나는 人情을 안다.
바람부는 地表 위의 時間은
지나갈 수 없는
피의 샘,
여기서 彈皮의 目的을 說明하라.
여기서 르노와르의 女人을 사랑하라.
여기서 나의 학문은 무엇인가 물어보라.
地表 위의 時間이 인다.
피의 샘,
훈훈한 아지랭이 같은
저 뿌리 밑의 時間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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