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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자작시

싸가지 없는 날

by 솔 체 2014. 9. 13.

 

 

 

 

      싸가지 없는 날

       

                       글 / 솔체 김희정

       

      '어머니.. 가지, 호박, 호박잎.. 야채 좀 주세요~"

      점심때가 다 된 시간에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그래.. 다른것은 있니?"

      다른것이란.. 김치.. 밑반찬류를 말한다.

       

      이제는 곧 잘 반찬도 할 줄 아는 17년차 주부 며느리이지만..

      뭐라도 한가지 더 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다.

      바깥은 얼른 텃 밭으로 채소를 뜯으러 나가고

      나는 주섬주섬 반찬들을 챙겼다.

       

      아이들은 내가 사는 촌에서  차로 이십여분 가야 하는 곳에 산다

      야채를 전해 주고 식사 시간이라고 점심드시자는 말을 뿌리치고

      망내가 손짜장을 잘 한다고 "한 번 가서 드세요~" 하던 집엘

      점심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들렸다 

      식사 시간엔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다는 정보를 아들에게 들어서였다.

       

      음식을 시키고 탁,탁 면 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은근히 예전에 먹던 그 맛일까 하고 기대가 되었다. 

      요즘 식당이 모두 스텐 젓가락인데

      눈에 띄는게 우선  흔히 보이지 않던 나무 젓가락이라 옛생각에 젖어 본다. 

      바깥은 젓가락을 쪼개서 손바닥에 소리가 나게 부비며 싱긋 웃는다.  

      짜장면은 소문처럼 맛도 있고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자리는 꽉 들어차서 식사가 끝나고는 바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밖의 날씨가 늦은 여름인데도 머리가 뜨거울 정도로 햇살이 바로 비춰서

      햇빛에 바짝 열을 받은 차의 문을 열어 놓고

      잠시 나무 그늘에 서 있는데

      왠 아주머니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닌 어중간한 아주머니 한 분이

      슬슬 걸어 오더니 차 안으로 말도 없이 쓱 들어 간다.

       

      바깥이 "왜 그러세요?" 하며 차 가까이 다가가니

      아주머니 말이 아주 당연히

      "나 가는데 까지 태워다 주세요~ 0 0 까지 밖에 안가는데 하실 수 있지요? "

      어이가 없는 바깥이

      " 지금 거기서 오는 길이라 그쪽으로는 안갑니다." 하며 나를 돌아다 본다.

       

      아주머니는 너무도 당연하게

      "아니, 좀 태워다 주시면 안되요? 내가 너무 더워서 그런데..."

      하던 냥을 보던 나도 쏘아 부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참고

      "즈이는 강원도로 가요" 하니까

      "아, 데려다 주고 가면 어디가 덭나요?" 내뱉는 말씨의 어감이 사나워진다.

       

      "빨리 내리세요~ 이 아주머니가 남의 차에서 뭘하시는거야"

      바깥도 참다가 짜증이 나는지 언성이 높아진다.

      아주머니가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삐쭉 하고 차에서 내리며 하는 말.

      "별 그지 같은 것들이 참 싸가지가 없네.. 차는 지들만 있어?"

       

      어이가 없어서 머리 허연 두 늙은이들이 마주보고 서 있는데

      자장면집 주인이 내다보면서 한마디 한다.

      "정신 나간 여자 같아요~ 가끔 손님들한테 저래요~"

       

      그런 것 같기는 했다.

      정신나간 여자와 말씨름을 다 하다니..

      이래저래.. 금방 먹은 자장면이 뱃속에서 곤두서는

      기가 막혀 웃지도 못 할 싸가지 없는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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