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반가워
글 / 솔체 김희정
오후 산책길 가는 중간쯤에 고추 말리는 비닐 하우스가 있다 초여름에 잿빛나는 털을 가진 진돗개 한마리를 하우스 옆.. 커다란 고무통을 엎어놓은 곳에서 기르기 시작했었다
너무 어린게 안타깝다고 하우스 주인양반은 풀어주고 농로라 별다른 탈 것들이 안다니니 그 사정을 아는 이들은 잠깐이라도 차의 속도를 편하게 마음껏 내기때문에 강아지가 위험 하다고 아주머니는 죽기살기로 목줄을 채워 놓았다.
매일 사람들의 왕래도 별로 없는 곳에 강아지 혼자 외롭다가 우리 내외의 산책길이 강아지도 무척 반가운 것 같았다. 하우스에서 거의 50여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발소리를 용하게 알아듣고 목줄이 풀려 있으면 힘껏 달려와서 매달리며 구르고 딩굴고 애교를 떤다.
사람도, 짐승도, 저 좋다는데 싫을 까닭이 없는 법이라 우리도 강아지만 보면 만지고 쓰다듬어 주곤 했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늦게 산책을 나서서 늘 있던 자리에 강아지가 없고 소리도 나지 않아 그냥 절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는데 논두렁 좁은 길로 풀섶을 헤치며 강아지가 달려 오는게 보였다
논에 물을 대지 않을때니 봇도랑의 물이 제법 많이 흘러갔는데 제깐엔 그래도 멀리 뛴다는게 도랑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이리 구르고 저리 딩굴고 물에 젖은 털을 몸을 흔들어 털고나서 조금 늦은 우리가 몹시 반가웠는지... 진흙 뭉텡이가 되어 품으로 달려든다..
바깥과 나는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강아지가 다시 한 번 물을 터는 통에 흙탕물 샤워까지 하고는 그놈을 피해 도망 가는데 강아지는 그게 저하고 노는 줄 알고 더 신이나서 내 허리까지 뛰어 오르며 안아달라고 성화다.
"반갑다잖아..". 바깥이 한번 만져주라는 소리를 한다 할 수 없이 젖은 털을 쓸어주고 일어서는데 깡충뛰며 가슴으로 달려든다 속절없이 강아지를 안고 뒤로 벌러덩 자빠질 수 밖에... 남편은 속없는 표정으로 크,크,크 하고 웃고 강아지는 지가 무슨 짓을했는지도 모르고 더 날뛴다
겨우 하우스 아주머니가 오셔서 강아지를 붙들어 매고 아주머니는 "어째요~"하시지만 어쩌겠는가... 강아지를 이뻐한 죄이지.. 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늘은 산책길에 그놈을 보니 목줄에 매여있다..
낑낑 거리며 울고 난리도 아닌데 "야! 이제 너 안 반가워"하고 손사래를 치니 강아지는 내가 때리는 것 모양으로 더 깨갱거린다. 나도 할 수없이 웃으면서 "그래 반갑다 반가워" 하곤 가서 머리를 만져 주니까 저도 벌렁누워서 다리를 허공으로 휘젖는다.
"그래 반갑다 반가워" 강아지는 그새 일어서서 고개를 갸웃 거리며 가는 나를 물끄러미 보고 서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짠한게 애기 떼어놓고 외출하는 마음이어서 다시 한 번 돌아다 보며 강아지에게 " 내일 보자~ '하고 돌아섰다. 농로에는 그사이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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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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