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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09 미당문학상 / 기하학적인 삶(김언)

by 솔 체 2015. 1. 7.

기하학적인 삶

  김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피부가 만들어 내는 대지는 넓고 멀고 알 수 없는

담배 연기에 휘둘린다. 감각만큼 미지의 세계도 없지만

3차원만큼 명확한 근육도 없다. 우리는 객관적인 세계의

명백하게 다른 객관적인 세계를 보고 듣고 만지는 공간으로

서로를 구별한다. 성장하는 별과 사라지는 먼지를

똑같이 애석해하고 창조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나왔지만

우리가 만들어 낸 자연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메바처럼

우리는 우리의 반성하는 본능을 반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결된 집이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우리는 주변 세계와 내부 세계를 한꺼번에 보면서 작도한다.

우리의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고향에 있는

내 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간다. 거기

누가 있는 것처럼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 점을 찾는다.

 

      

 

— 2009년 <현대문학> 1월호 발표, 2009년〈미당문학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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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1973년 부산 출생. 부산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8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거인』『소설을 쓰자』. 대산창작기금(2006년), 미당문학상(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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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반갑다, 현실 성찰이 있는 시세계

 

 

 

본심에서 김행숙·김경주·송재학 등이 마지막까지 거론됐다.

 

당선자인 김언의 시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법으로 우리의 삶과 현실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시에는 현실이 있고, 그 현실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있고, 또 환상도 섞여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김언은 리얼리스트일 것이다. 많은 젊은 시인들이 주로 감각의 세계에 탐닉하고 있는 요즘, 김언이 지닌 현실에 대한 성찰적 지성은 반길만한 것이다.

 

‘기하학적 삶’은, 기하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우리의 모순된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시이다. 점이란 부피를 가질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작품은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모순을 암시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우리의 삶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명제화한다. 그 명제들은 다른 어떤 익숙한 잠언들보다 흥미로운 잠언이 되어 독자의 사유를 자극한다.

 

가령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라는 구절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이별 후의 덤덤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또 “감각만큼 미지의 세계도 없지만 3차원만큼 명확한 근육도 없다”라는 구절은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세상은 늘 미심쩍지만 그러나 그것이 관여하는 3차원의 이 현실은 너무나 확실하다는 인식을 산뜻하게 밝혀놓는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체 고향에 있는 내 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간다”에서는 사소한 일상적 삶의 의미에 갇혀 살면서 보다 큰 삶의 근원적 의미가 있음을 망각하고 있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언의 시에는 현실과 환상 그리고 직관과 이성이 행복하게 결합되어 있다.

 

심사위원 : 오생근·이시영·김혜순·이남호·송찬호(대표집필 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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