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부산일보 신춘문예 - 동시]
기차가 떠나신다 /이동호
야근 갔다 늦게 돌아오신
엄마 코 고는 소리가
부산역을 떠나는 기차소리 같다
피곤하신 몸으로 꿈속에서조차
또 어디 먼 길 가시는지
밤새 엄마 기다리며 울던
세 살 내 동생을 따뜻한 품에 태워
칙,칙,폭,폭
기차가 떠나신다
대전쯤 갔을까?
천안쯤 갔을까?
엄마와 내 동생이
꿈나라 역에서 우리집역으로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나는 밀린 숙제도 하고,
방청소도 하고,
언니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당선소감>
어둠의 무게가 조금 무거워졌는데도, 아이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이놈들!' 잘 시간이 넘어 이제 그만 자라는 아빠의 호된 호통소리에도 이불 속에 숨어 원숭이처럼 킥킥거린다.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화를 내다가도 어느새 아빠 얼굴이 뽀얀 달님처럼 웃고 만다.
아내는 뒤늦게 가구동호회 회원이 되어 거실 다탁과 내 책상 하나를 근사하게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상이며, 장롱을 만들겠다고 가구동호회 사무실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철야작업 중이다. 돈주고 사는 것보다는 아이를 위해 손수 원목으로 가구를 만들어주겠다는 그녀의 신념을 꺾을 수 없어 다섯 살 예나, 세 살 주형, 우리 천진난잡(?)한 두 아이와 요즘은 평소보다 더 밀착해서 지내는 중이다.
오늘 큰애의 눈을 통해 동화 속 아름다운 세상 일곱 권을 읽었고, 큰애가 글자쓰기 공부를 하는 동안 둘째의 눈으로 창밖 세상을 읽었다. 꽃봉오리처럼 피어있는 가로등과 벌레처럼 도로를 기어다니는 차량들 불빛을 보며, 요즘 키높이가 부쩍 낮아진 나를 느낀다. 아이들 키높이까지 낮아져 시를 쓰고 싶다.
며칠 전 당선 통보를 받았다. 아이들과 요즘 아이들처럼 행동하는 남편을 두루 키운다고 고생하는 아내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신 어머니 여해영 여사와 장모님 이무순 여사께 이 영광을 돌린다. 아울러 내 시의 독자가 되어주신 신라중학교 전연희 교장선생님과 사랑하는 난시동인, 시산맥의 시우들, 다 밝힐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을 비롯하여 선뜻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큰 감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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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 호 |
◇1966년 경북 김천 출생. 대구대 대학원 국문과 수료.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국교과 휴학 중. 200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부산 신라중학교 교사.
<심사평>
단란한 가정 참신한 비유 돋봬
전국에서 보내온 많은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동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나 시적 표현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 경향은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쓴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체로 작품 수준은 높은 편이었지만 소재와 발상이 엇비슷한 작품이 많았고, 동심과 시적 표현이 조화를 이룬 참신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최종심에 오른 사람은 윤영숙, 이순, 귄재은, 이영미, 최경실, 이동호였다. 윤영숙, 이순, 권재은, 이영미는 애석하게 탈락하긴 했지만 앞으로 좋은 동시를 쓸 사람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겨룬 작품은 최경실의 '어미 개'와 이동호의 '기차가 떠나신다'였다. '어미 개'는 어미 개의 모정을 꾸미지 않은 질박한 표현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녹여낸 가작이었으나 시적인 표현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당선작으로 뽑힌 '기차가 떠나신다'는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참신한 비유와 따스한 시선으로 잘 그려냈다. 동심과 시적 표현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시상의 전개나 표현이 무리가 없이 자연스러운 것도 미덕이었다.
심사위원: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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