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해양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물고기 한 마리
손상철
그녀의 달력 속에는
알몸의 바다가 산다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모래잔등 위 드러나는
흰 갈비뼈의 신열(身熱)처럼
이제 마지막 32日마저
비늘 한 점 없이 벗어버린,
공판장 뒷골목에 철 지난 달력처럼
묶여 사는 물고기 한 마리
밤마다 그년 바다를 다 잠근다
눈과 귀, 손, 다리…
13월의 수평선까지 잠그고 남아
가슴에 숨겨둔 이름 석 자는 물론
읽지 않는 달력 속 날짜마저 잠근다
새벽까지 반쯤 열린 붉은 커튼 넘어
몸서리 치던 달이 같이 울다
남몰래 방파제 벽에 제 몸을
生으로 두드리는 물고기 한 마리
비가 내리면 그녀의 바다는 앓는다
누구의 가슴에 한 번도 안기지 못한
혼자 울다 서러운 눈의 바다가
누구를 한 번 목놓아 부르지 못한 채
혼자 증발되는 수평선 같은 바다가
그녀에게 가서 앓는다
풀잎 하나, 돌 하나 적시지 못해
우산도 없이 돌아와 젖은 옷자락으로
골방 문턱에 검은 머리 기대 잠든 물고기 한 마리
(그녀의 잠든 옆구리에서 돋아나는 비늘들.
그 비늘날개 속으로 쑥 손을 넣어
둥근 해를 끄집어내는 그녀.
바다 위로 물무지개가 뜨자 그녀의 잠든 입가에
물방울색 미소가 번진다)
짧은 치마 끝, 다시 어둠이 무섭게 젖는다
거울 속 나 아닌 나를 밤마다 다잡는
바다가 다시 열린다
홍등 아래 붉은 입술 꽉 깨물며
바다를 다시 잠그는
물고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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