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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시집 속의 시 읽기 리뷰

by 솔 체 2015. 3. 27.

시집 속의 시 읽기 리뷰

 

입술

 

 강인한

 

 

매미 울음소리

붉고 뜨거운 그물을 짠다

먼 하늘로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

 

저 푸른 강에서 첨벙거리며

물고기들은

성좌를 입에 물고 여기저기 뛰어오르는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내가 엎질러버린 기억의 어디쯤

흐르다 멈춘 것은

 

심장에 깊숙이 박힌

미늘,

그 분홍빛 입술이었다

 

 

인간의 육체는 성인가 속인가

 

 

  주체와 객체를 포착하거나 심중의 관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때 몸은 새로운 영역으로 형상화된다. 몸이라는 글자의 자음을 아래 위로 바꿔도 몸은 ‘몸’이다. 글자를 지탱하고 있는 모음을 바꾸면 ‘맘’이 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몸은 맘을 흔드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육감의 유혹이다. 몸이 이끌면 맘이 따라가고 맘이 열리면 몸이 반응하는 우리 인간들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말대로 ‘욕망하는 기계들’인지도 모른다.

 

  잊고자 하여도 잊기 어려운(欲忘而難忘) 성스러운 영혼의 굉음, 그 매혹 속으로 들어가보련다.

 

  피를 토하는 절규로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는 성하盛夏의 폭염 아래 베틀을 걸고 “붉고 뜨거운 그물을 짠다”. 구름은 형체를 만들지 않고 바람은 형식을 만들지 않는다. “물고기들은” 하늘의 상처자국인 별자리를 향해 뛰어 오른다. 물고기자리는 텀벙텀벙 황도黃道를 자맥질한다. 차가운 별빛으로 빛나는 비늘은 살갗을 파고든다. 아픔은 더 큰 아픔으로 치유해야 하거늘, 저 푸른 강물은 물고기를 가두지 않는다. 몇 억 광년쯤 흘러간 시간의 기억 저편에서 활활 타오르는 심장은 펄떡펄떡 살아 지느러미를 흔든다. 고통의 환희로 얼룩진 몸을 찾는다. “미늘”, 그 작은 갈고리에 걸린 너의 “분홍빛 입술”에 입 맞추고 싶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지우고 싶지 않은 은밀하고도 강인한 낙인을 찍는다.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처럼 시인의 정열과 열정으로 타오르는 몸짓에 눈멀지 않을 수 없다. 주홍글씨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서정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9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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