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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2010. <애지> 신인문학상 당선작 -박종인

by 솔 체 2015. 4. 11.

2010. <애지> 신인문학상 당선작 -박종인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외 3편

 

박종인

 


  미술관이 하품할 때 나는 슬쩍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림이 열차처럼 한 량 열 량 늘어서 있습니다 증거물을 찾으려고 차창 안팎에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나는 그림을 읽고 있습니다. 바뀌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마네의 요리<풀밭 위의 식사> 가 도마 위에 오릅니다 오소소 닭살 돋는 닭다리를 집어 들자 두드러기가 일어납니다 내 안의 검문소가 철컥철컥 '여자는 느끼고 남자는 생각한다'라는 선서를 포착합니다 발가벗은 여인의 알리바이를 조사합니다 양복 입은 두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탕탕탕


  열차를 뒤지다 명암을 요리한 화가들이 마술사로 변장하여 사기치는 현장을 포박합니다 세상은 해학입니다 어둠과 음침함, 밝음과 깔끔함,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교묘하게 채색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킨 죄를 추가시킵니다

 

  달리고 있는 열차 7호 칸에서 화가들의 죄목에 대해 조서를 구밉니다 고갱이<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절묘한  색채로 요리했다 변론합니다 우리는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가는 중입니다 듣고 있던 싯다르타와 플라톤과 막스가 판결을 내립니다 "당신은 유죄입니다" 탕탕탕


  미술관에 갇힌 화가들은 색채로 마술을 부린 죄로 심판을 받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죽지 않는 화가는   분명 마술의 대가, 치러야할 형량이 늘어납니다 보시죠. 면회 오는 저 많은 무리를, 애인을 한 점 사서 드셔보시죠 열애의 맛이 기가 막힐 것입니다

 


난을 치며




에 붓이 접근한다
붓 낚싯대
먹물의 중심을 흔든다
출렁이면서 미끼를 무는 강
낚싯대는 재빨리 고기 한 마리를
화선지로 끌어 올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세마리...


한 뼘, 강이 팔딱팔딱 낚인다
낚싯대는 강을 자꾸 낚아 올리고
뾰족뾰족한 입들
흥분을 일으키는 스킨십
엔도르핀이 솟는다
도파민의 척도가 쑥 올라간다


먹물 한 점 한 점
여백을 향해 줄기를 뻗는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싱싱한  세상이 태어난다
한 폭의 풍경을 벽에 건다


묵향이
그윽하다

 

 

다국적군 지휘자


  뉴스는 장마전선의 이동행로를 보도 했다 허공의 바람을 지휘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나는 이불백기를 빨랫줄에 내걸며 조용히 의사를 표시했다 행여 칠월의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안팍을 들락거리며 화해를 요청했다 나의 노력에도 허공은 몇 개의 화살을 후두둑, 쏘아대기 시작했다 기를 쓰며 내다 걸었던 백기를 걷어버렸다 굵은 화살에 난타당한 집들은 일제히 곡소리를 떨어뜨리고,


  나는 전열(戰列)을 정리했다 먼지떨이 걸레 쓰레기통까지 총 동원, 창문과 안경마저 흐려놓은 습기를 닦아내고 집으로 쳐들어온 빗소리를 담아 문밖에 내놓았다 허공은 재빨리 어둠으로 집 주위를 에워쌌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나는 맞수를 던졌다 먼저 거실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나 불발! 서둘러 우산방패로 날아드는 화살을 막으며 구멍가게에서 형광등을 지원 받았다


  불빛이 집을 장악하자 빗소리가 움찔, 물러섰고 TV가 볼륨을 올렸고 밥솥이 펄펄 끓었다 집이 드디어 큰소리를 내가 시작했다 방에 갇힌 아이들 웃음이 뛰어나와 거실바닥에 뒹굴었다 딩동, 집이 문열고, 퇴근하는 식구 부대 전열 재정비 흥분한 7월이 비를 뿌리며 쾅쾅 창을 두드려도 이제 아무도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빗물이 밥물처럼 잦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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