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사이」단평-사이, 경계, 그 틈을 살리기/홍유진
사이
강인한
한여름 삼겹살집 앞 24시 편의점 그늘
땅바닥을 보며
남녀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두 사람 주변에 명함 쪽지 같은 전단지 뿌려져
반경 일백 미터 안에
은밀한 키스방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여자애는 두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울음의 원인은 아마도 곁엣 사내 같았다
젊은 사내는 무릎을 세우고 앉았는데
그 무릎이 절벽처럼 까마득하고
절벽 아래
소리 없는 강물이 깊었다
24시 편의점 그늘에 바람이 부는
사이
내가 바라보는 풍경에
투명한 실금이 뻗어나가고
물속에서 유리에 발바닥을 벤 것처럼
아픔이 누락된
사이
삼겹살집 간판이 은행으로 바뀌었다.
-<통>20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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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경계, 그 틈을 살리기
우리는 늘 경계에서 산다. 확실한 것은 오히려 드물며,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경계와 경계 사이의 희미한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하여 받아들이는가이다. 키스방에 다녀와 설사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젊은 남녀라고 하더라도 24시간 동안 열려 있어 누구든지 구분하지 않고 들어오게 허락하는 편의점은 그들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그늘 밑에 모두를 쉬게 해 준다. 그곳에 도덕에 관한 이분법적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바람만이 지나갈 뿐이다.
여자는 울고 있고, 연약한 남자는 힘없이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다. 보통 남자들은 무릎을 세우고 않지 않지만, 권위와 책임감이 모두 결여된 남자의 앙상하게 세워진 무릎 아래는 까마득하고 절망적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들에 대해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 또한 뜨거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가는 청춘의 바람이기에, 실금 정도 그어져도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속에서 발바닥을 유리에 베이면 아픔은 둔감해지고 피가 빠져나와도 물에 섞여 모든 경계는 흐트러진다. 물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아픔을 느끼게 되겠지만, 이게 피인지 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사이' 누구든지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었던 삼겹살집은 용무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은행으로 바뀐다. 공간의 변화는 구별을 의미하고, 경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은 가치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갈 곳 없이 계속 누락된다. 우리는 도덕적 비판이 찍어 내리누르는 경계의 울타리들 사이에서 실금 같은 틈을 찾으며 살아간다.
-<통>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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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 :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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