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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최정례의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감상 / 김기택

by 솔 체 2015. 6. 16.

최정례의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감상 / 김기택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

 

   최정례

 

 

호텔 캘리포니아

한동안 그 노래에 갇혀 흥얼거렸지

콜리타꽃 향기, 희미한 불빛, 내 머리를 만져주듯

한 여자 문 앞에 서 있었고

그 순간 멀리서 종소리도 울려 왔고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는가

대전역 쯤의 플랫폼인 줄 알았는가

호텔 캘리포니아인 줄 알았는가

장마 뒤 길바닥 고인 물에 올챙이

 

햇빛을 총알처럼 되쏘는 그 속을

미친듯 휘젓고 다니다가

"배추요, 무요, 양파요"

행상의 바퀴가 고인 물 튀기며 지나갈 때

잠시 혼절한 그 때

 

찬란한 웅덩이, 잠깐의 호텔 캘리포니아

구름 뒤에 천둥소리 아득하게 떨어지고

어떤 춤은 기억되고 어떤 춤은 잊혀지는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누군가 떨구고 간 너

혼자서 듣고 있지

"어서 오세요, 당신은 이곳의 포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지만 결코 떠나지 못할 걸요"

 

한낮의 허공으로 솟구치는

"배추요, 무우요, 양파요오"

그 소리 잊지 못할 걸요

햇빛에 웅덩이 날아가 버리도록

 

 

                     — 시집《레바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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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요, 무우요, 양파요오” 한낮에 골목에서 들려오는 행상의 소리가 젊은 노래에 취해있던 시인의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쳤군요.

   후다닥 깨어보니 머리 희끗한 중년! 주변을 돌아보니 한때 피를 끓이며 노래하고 춤추던 젊음은 올챙이 우글거리는 "찬란한 웅덩이". 장마 뒤 길바닥에 고인 웅덩이 물은 "잠깐의 호텔 캘리포니아".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쳐 삶을 송두리째 휘저은 IMF 외환위기는 그 웅덩이를 지나간 야채 행상의 바퀴. 이 지독한 유머가 우리들이 놓지 못하는 삶의 내용물이랍니다. 이 삶의 웅덩이가 곧 햇볕에 날아가 버린다 해도, 여전히 가슴 뛰는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

 

김기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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