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홍어」감상 / 강은교
홍어
김선태(1960~ )
한반도 끄트머리 포구에
홍어 한 마리 납작 엎드려 있다
폐선처럼 갯벌에 처박혀 있다
스스로 손발을 묶고 눈귀를 닫아
인고와 발효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없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이 어둡고 비린 선창 골목에서
저 혼자 붉디붉은 상처를 핥으며
충만한 외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리하여 비바람 눈보라는 쳐서
그 신산고초에 제맛이 들 때
오래 곰삭아 개미*가 쏠쏠할 때
형언할 수 없는 알싸한 향기가
비로소 천지간에 가득하리라.
*개미 : 곰삭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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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를 잡숴 보셨는가? "형언할 수 없는 알싸한 향기”를 풍기는 홍어,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것의 “알싸한 향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그 곰삭은 냄새가 역겹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시에서 홍어의 이미지는 계속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홍어 한 마리가 "갯벌에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가 나중엔 선창 골목에서 "붉디붉은 상처를 핥”는 이미지로 변형되며 드디어 그 상처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를 만나게 한다.
시인은 홍어가 된다. 이미지 확산이다. 그러면서 고통은 향기로워진다.
강은교 <시인>
*사족—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호남선의 맨 마지막 남쪽 끄트머리의 항구가 목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호남 혹은 전라도’라는 지역, 그리고 그 끝에 있는 ‘목포’라는 곳. 이 시는 ‘목포의 눈물’로 더 알려진 그 목포의 한과 설움을 ‘홍어’에 비유하여 그려낸 것이 아닐는지.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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