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실리아의 「반뼘」감상 / 손택수
반뼘
손세실리아
무명 록 가수가 주인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
기울기가 현저하게 차이지는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은퇴한 록밴드 출신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들어와 온뼘을 이루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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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기차를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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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나 절뚝거리고 함부로 술을 쏟는 저런 반편이 원탁을 품고 있으니 장사가 잘될 턱이 없다. 그래도 월세 날이면 이 절뚝발이 원탁의 진가가 드러나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했던가. 무명과 은퇴가 서로를 부축하고, 구석과 상처가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이 기막힌 라이브를 보라. 파고들 틈이 없는 온뼘보다 그늘을 이해하는 이런 반뼘들이 사무치는 시절이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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