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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박성현의 「민들레국수집」감상 / 서대선

by 솔 체 2017. 4. 19.

 

박성현의 「민들레국수집」감상 / 서대선

 

 

민들레국수집

 

   박성현

 

 

내가 본 민들레국수집은 잘 여문 배추처럼 속이 훤했습니다. 식당이기는 한데

식사시간을 재촉하지 않고, 밥값도 공짜라네요. 어떤 손님들에게서 지린내가 나

기도 했지만 낡은 가게는 크고 헐렁한 안주머니처럼 넉넉했습니다.

 

식당주인은 쉰 살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

다. 25년을 수사로 생활 했다지만 세상으로 나온 일을 좀체 부끄러워하지 않았

습니다.

 

옛날 그의 이름은 베드로,

그 수줍은 단어처럼 여전히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것이니

 

민들레국수집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며

그 따뜻한 손으로 닳고 닳을 수밖에 없는 무량수전이겠지요.

 

사람의 인연은 모질고도 즐겁습니다. 수사 생활을 접었다는 소식은 청송교도

소를 나온 출소자들에게도 전해졌는데, 그들의 가난한 눈을 보고 베드로는 자기의

살을 떼어 그들에게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메마른 곳일수록 더 많은 꽃씨를 날리는 민들레, 아프고 외롭기만 한다면 뼈

와 뼈가 부딪히는 것처럼 소란스럽기만 하겠지요. 차갑고 무거운 것이, 말하자

면 긴 울음 같은 것이 손톱마다 맺혀야 비로소 씨앗들도 공중에서 내려와 한

채의 집을 짓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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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에게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까요?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다른 쥐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쥐가 또 다른 쥐를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타보스키 교수는 “사람처럼 동물도 진화와 경험을 통해 같은 종에게 이타심을 발휘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답니다.

   이타심(altrusim)이란 타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목적이며 자신에게 돌아올 벌이나 보상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친사회적 발달과정이랍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수행하려면 다음 3가지 요소가 필요하지요. 첫째는 “타인 조망 수용능력”으로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감정이입”으로 타인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 작품 등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이입시켜 자신과 그 대상물과의 융화를 꾀하는 정신작용을 포함합니다. 셋째, “문제해결기술”로 문제를 인식하고 계획을 설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타심은 부모의 온정적인 양육 속에서 성장하거나, 부모님들의 이타적인 행동이 모델이 되는 경우와 교육을 통해서 발달된답니다.

   “25년을 수사로 생활 했다지만 세상으로 나온 일을 좀체 부끄러워하지 않”는 민들레 국수집 주인은 “옛날 그의 이름은 베드로,/그 수줍은 단어처럼 여전히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것이니” 그의 하는 일은 수도원이나 세속의 “민들레국수집”이거나 별 다를 바 없는 거지요. 그곳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며/그 따뜻한 손으로 닳고 닳을 수밖에 없는 무량수전”이며, “메마른 곳일수록 더 많은 꽃씨를 날리는 민들레”처럼 “긴 울음 같은 것이 손톱마다 맺혀야 비로소 씨앗들도 공중에서 내려와 한/채의 집을 짓는” 그런 곳! 바로 “민들레국수집”이랍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한 눈을 보고” “자기의/살을 떼어”주고도 기쁨에 넘치는 사람들이 지상에서 반짝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밝아지고 따스해지는군요.

   기상이변으로 가까운 우리의 이웃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해일, 그리고 아름답던 땅덩어리가 사막으로 변해가거나 거대한 홍수로 인한 기근과 기아로 하루치의 삶이 벼랑 끝인 사람들을 기억해야 하겠지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따스한 마음과 손을 내미는 “민들레국수집”같은 곳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나가는 봄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정말 향기로운 세상이 될 거예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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