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침대를 타면」감상 / 이진명
침대를 타면
신현림 (1961~ )
침대를 타고 나는 달렸어 밤 도시를 돌고 돌았지
팽이가 돌듯 머리 돌 일로 꽉 찬
슬픈 인생을 돌았어
내가 태어나 사랑하고 죽어갈 이 침대
다 잃고 다 떠나도
단 하나 내 것처럼 남을 침대
결국 관짝이 될 침대
몸의 일부인 침대를 타고 달리면
물고기와 흰나비 떼들이 날고
슬픔까지 눈보라같이 날아
내일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고
세상 끝까지 갈 힘을 얻지
몸은 꽃잎으로 가득한 유리병같이
투명하게 맑아져 다시 태어나는 나를 봐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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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맞지. 우리는 침대를 타고 달리고, 침대를 타고 돌지. 바쁜 사람은 침대를 타고 막 달리고 막 돌고, 일 없어 바쁘지 않은(못한) 사람은 침대를 타고 뒹굴거나 그냥 걷거나 할 테지. 어쨌거나 우리 침대를 타고 달리는 것은 맞아. 지나온 세월 보면 침대의 시간 얼마나 빠른지, 달리는 것인지 알 수 있으니까. 침대를 타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고 사랑할 수도 죽을 수도 없지. 침대를 타지 않으면 슬픔의 눈보라, 기쁨의 흰나비 떼 몰라. 좋은 일 생길 것 같은 두근거림, 세상 끝까지 갈 힘의 위안 다 침대를 타고 얻지. 마지막 내 죽음도 받쳐줄 침대. 오늘은 꽃잎 가득한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나를 깨어나게 하네. 이렇게 침대의 잠이 없으면 당연히 잠 속의 꿈이 없고, 모든 삶이라는 꿈, 죽음이라는 꿈도 없지. 침대는 우리 전 생애의 꿈, 침대의 잠을 사랑해야 하리.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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