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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송재학의 「혀」감상 / 서대선

by 솔 체 2017. 7. 8.

송재학의 「혀」감상 / 서대선

 

   혀

 

   송재학

 

 

 

입술 안쪽 유일한 짐승인 혀는

눈도 손발도 없이

온몸으로 꼼지락거리는데

그 몸 어딘가 꿈틀꿈틀 천 개의 활주로가 있다는데

그 많은 공지 위로 수생의 버짐꽃이 피고 진다는데

혓바닥 빌려 한켠에서 쟁기질한다는 이야기는 또 무어냐

 

혓바닥에 자주 돋는 뾰족한 가시 울타리 잘라내고

단순해지자

내 입속에 혀가 있는 게 아니라

혀 아래 내가 기대어 쉰다는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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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tongue)는 음식을 먹고 치아가 씹어 줄 때, 골고루 씹을 수 있도록 음식물을 섞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우리가 말을 할 때 여러 가지 다양한 발음을 낼 수 있도록 조음기관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랍니다.

   '혀'에 대한 속담에는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혀는 몸을 베이는 칼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등처럼 혀가 말을 만들어 내는 조음기관의 역할을 할 때,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파멸 시킬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군요.

   <탈무드>에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말하는 것을 배우지만, 침묵은 커서도 배우기 힘들다”라는 가르침이 들어 있답니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지혜가 늘어나지만, 말은 하고나서 아니함만 못한 후회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음을 경고하고 있어요.

   침묵도 일종의 언어이지요. 말을 안해서 후회하는 경우 보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그러므로 묵언(黙言)수행의 훈련을 통해서 살아있는 참말을 할 수 있어야 겠지요. 참말을 하려면 세 개의 황금문을 통과해야 한답니다. 제 1의 황금문은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진실 된 참 말인가?”, 제2의 황금문은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이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말인가?”, 제3의 황금문은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사랑에 기초한 말인가? 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묵언(黙言)이라고 한답니다. 먼저 “혓바닥에 자주 돋는 뾰족한 가시 울타리 잘라내고“ ”내 입속에 혀가 있는 게 아니라/혀 아래 내가 기대어 쉬“는 마음으로 묵언(黙言)수행부터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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