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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박주택의 「하루에게」감상 / 이진명

by 솔 체 2017. 6. 5.

박주택의 「하루에게」감상 / 이진명

 

 

하루에게

 

   박주택(1959~ )

 

 

너는 어디로 가서 밤이 되었느냐 너는 어디로 가서

들판이 되었느냐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이를 닦으며 귀에 익은 노래를 듣는다

존재를 알리는 그 노래는 추억의 중심으로 나를 데려간다

네가 살아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전화를 받고 차를 마시고 또 무엇인가 두려워 마음을 졸였겠지

네가 가고 난 책상에 먼지가 한 꺼풀 더 쌓이고

건물들은 늙어 어제를 기억하는 데도 지쳤지

네가 풀잎이라면 나를 초원에 데려가는 게 좋겠다

더더욱 네가 그리움의 저편 석양처럼 붉게 타오른다면

나도 모르는 그리움 속으로 데려가 다오

그 속에서 온갖 그리움들을 만나 그리움의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를

저 나무에게나 물어보리라

 

                  

               —시집 『시간의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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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한테 “너는 어디로 가서 밤이 되었느냐”고 물으면 밤이 된 하루는 거기가 어디라고 말해줄 것인가. 시인들은 아무래도 영원히 질문하는 자인가 보다. 자기도 남도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요령부득의 일만 묻고 있으니.

   시시각각의 시간의 생멸을 감각하는 자가 아니라면 하루한테 이런 문장을 토설할 수 없을 것.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이를 닦으며”라고 바로 뒤 구절에서 자기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걸 보면, 하루라는 시간에게 말을 시킨 일은 나는 어디서 와서 여기 왜 이렇게 서 있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묻는 일.

   시간이라는 무상한 법칙의 길에 들어선 생명은 ‘추억의 중심, 온갖 그리움 속 그리움’인 자신의 기원을 밤이 오면 더욱 그리워한다.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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